기도는 가장 조용한 자기 혁명이다 — 하봉도 시인의《기도》를 읽고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하봉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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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시인 하봉도
내가 누군가에게
햇살 같은 따스함 되길
기도할 때
내 마음이 먼저
따뜻해졌습니다
괴롭고 외로운
누군가의 위로가 되길
기도할 때
내 마음이 먼저
위로를 받았습니다
내가 미운 자를 위해
용서의 기도할 때
내 마음에 하얀 평화가 머물렀습니다
사랑할 수 없는 자를
사랑하는
용서치 못할 자를
용서하는
성자의 기도가 아니어도
그분 기뻐하는 기도는
나를 위한 축복이 되어
내게로 되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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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가장 조용한 자기 혁명이다
— 하봉도 시인의《기도》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하봉도 시인의 시를 읽으면 먼저 사람의 온기가 느껴진다. 그는 기도를 관념으로 다루지 않는다. 교리로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의 기도는 생활의 숨결과 맞닿아 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은 이 시에서 표어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문장 사이사이, 태도의 결로 스며 있다.
《기도》는 단순하다. 문장은 짧고, 구조는 반복적이다. 그 반복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기도할 때 / 내 마음이 먼저’라는 구절의 반복은 방향을 바꾼다. 우리는 보통 기도를 타인을 향한 행위로 이해한다.
“햇살 같은 따스함 되길 / 기도할 때 / 내 마음이 먼저 / 따뜻해졌습니다.”
이 구절에서 중요한 것은 ‘햇살’보다 ‘먼저’다. 하봉도 시인의 신앙은 외부를 고치려는 신앙이 아니다. 자기 마음의 온도를 먼저 조율하는 신앙이다. 괴롭고 외로운 이를 위로하고자 할 때, 위로는 이미 자기 안에서 시작된다. 용서의 기도를 드릴 때, 평화는 상대의 변화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머문다.
여기에는 뚜렷한 삶의 가치철학이 놓여 있다. 그는 기도를 초월적 요구로 이해하지 않는다. 기도를 자기 성찰의 통로로 본다. 그래서 이 시에는 과장된 경건이 없다. 대신 담담한 체험의 어조가 있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성자의 기도가 아니어도” 이다
이 한 줄은 하봉도 시인의 미의식을 집약한다.
그는 스스로를 성자의 자리에 올려놓지 않는다. 인간적 한계를 인정한다.
사랑할 수 없는 자를 사랑하고, 용서치 못할 자를 용서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완전한 성자’가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의 자리에서 기도를 말한다. 이 겸손이 시를 단단하게 만든다.
마지막 연에서 드러나는 ‘되돌아옴’의 구조는 신앙의 핵심을 건드린다.
“그분 기뻐하는 기도는
나를 위한 축복이 되어
내게로 되돌아옵니다.”
기도는 일방향이 아니다. 위로 올라간 말이 다시 아래로 흘러온다. 타인을 향한 축복이 결국 자신을 적신다. 이것은 종교적 진술이면서 동시에 인간학적 통찰이다. 마음의 방향이 삶의 질서를 바꾼다는 깨달음이다.
하봉도 시인의 작품 미의식은 ‘맑음’에 있다.
군더더기 없는 어휘, 설명을 절제한 문장, 체험을 과장하지 않는 태도. 그의 시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투명하다. 그 투명성 속에서 독자는 자기 마음을 비춰보게 된다.
그에게 삶은 예배의 연장이며, 기도는 특별한 시간이 아니라 일상의 숨결이다. 누군가에게 햇살이 되기를 바라는 순간, 이미 햇살이 되어가는 사람. 이것이 하봉도 시인의 신앙이며, 그의 시가 지닌 윤리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