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미 시인의 《금린어》 — 말의 불꽃 속에 이끌어 올린 생명의 빛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신재미 시인의 《금린어》 — 말의 불꽃 속에 이끌어 올린 생명의 빛 202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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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린어
시인 신재미
한탄강에 현혹되어 따라나섰다
둑길 달리던 자동차 좌회전
방향이 다르다고 목소리 높였지만 무시하고 달리는 송사리 여사
베테랑 운전은 다른가
말할 틈 주지 않고 끓이는
조잘조잘 맛보지 못한 매운탕
온갖 양념 넣어 불길 높인다
말로 끓이는 탕 꽃게 한 마리 새우 몇 마리 넣고
열댓 가지 고기를 집어넣었다
황쏘가리 강쏘가리 금잉어 금영어 천잉어 쏘래기
맛잉어 금린어 권어 금문어 권돈 수돈 석계어
담수 어류의 제왕이라며
쏘가리의 다른 이름이라고 했다
북한강 상류에 많이 서식하고 천연기념물 190호
고등어 갈치 조기밖에 모르던 주부 김포 한탄강 매운탕 배 두드리며 먹고도
주워들은 이름 다 잊어버리고
금린어 금린어 읊조리다
녹색 신호등 재촉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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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미 시인의 《금린어》
— 말의 불꽃 속에 이끌어 올린 생명의 빛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신재미 시인의 《금린어》는 길 위에서 시작해 말 속에서 끓고 기억 속에서 맴도는 생명의 서사다.
한탄강에 이끌려 나선 여정은 단순한 나들이가 아니다. 둑길을 달리다 갑자기 꺾는 길목, 말다툼 같은 소리결, 그 와중에도 이어지는 조잘거림이 시의 숨결을 이룬다.
이 작품은 이야기처럼 흐르지만 끝내 생명의 결을 어루만지는 서정으로 모인다.
시인의 시선은 여간 세밀하지 않다. 눈에 보이는 풍경뿐 아니라 말의 온도와 사람의 기운까지 살뜰히 짚는다. “송사리 여사”라는 이름붙임에서부터 살가운 익살과 따뜻한 눈길이 함께 흐른다. 억지로 꾸미지 않은 입말의 리듬, 수더분한 어투, 구수한 말맛이 어우러져 한 편의 시가 아니라 한 그릇 매운탕처럼 펄펄 끓는다. 이는 일상에서 삶의 알맹이를 건져 올리려는 시인의 미의식이 낳은 결과다.
특히 물고기 이름을 줄줄이 풀어놓는 대목은 이 시의 한복판이다. 황쏘가리 강쏘가리 금잉어 금영어 천잉어 쏘래기, 낯선 이름들이 이어지며 강물의 깊이와 생명의 넉넉함을 함께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사물의 속살을 가까이 들여다보는 태도다. 시인은 화려하게 꾸미지 않는다.
다만 이름을 불러 준다. 이름을 부르는 일은 존재를 살리는 일이라는 소박한 믿음이 이 장면에 스며 있다.
신재미 시인의 삶의 철학은 여기에서 드러난다. 그는 거창한 주제를 앞세우지 않는다. 소소한 하루 속에서 반짝이는 순간을 붙잡는다. 말로 끓이는 탕, 귀에 남는 이름, 되새기는 울림 같은 것들이 곧 삶의 본디 맛이라 여긴다.
하여, 그의 시는 억세지 않고 부드럽다. 세상살이의 비탈길도 웃음과 넉살로 건넌다.
마지막의 “금린어 금린어 읊조리다 / 녹색 신호등 재촉 받는다”는 구절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신호등이 바뀌듯 삶도 쉼 없이 흐른다.
허나, 시인은 그 사이에서도 한 이름을 오래 붙든다. 잊히는 세상 속에서도 오래 남는 것은 결국 입에 맴도는 한마디다.
절제된 말씨, 토박이 말의 살결, 잔잔한 웃음과 따뜻한 숨결. 《금린어》는 강물처럼 유장하면서도 사람살이처럼 구수하다.
신재미 시인의 시는 그렇게 일상 속에서 삶의 참맛을 길어 올리는 조용한 미학이며, 인간을 향한 살뜰한 마음의 결이 빚어낸 수작秀作이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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