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송희 시인의 《새교실》을 읽으며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박송희 시인의 《새교실》을 읽으며 2026.03.13
□ 박송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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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교실
시인 박송희
익은 얼굴 새 얼굴
멀었던 서먹 가깝던 서운
뒤섞인 새학년 새교실
일 년 이을 빛낼 사귐
눈웃움 발장단
봄바람 새기운 받고 보내는 인사
삶의 수행 쉽게 맞아도
꾸준해야 할 벗살이
만들어지고 굳게 지켜가는 자리
무수히 오가는 순간의 떨침
새 나이 헌 나이 누르는 두께
깜냥은 제 할 나름
얼의 골짜기 주름길 보이기만 하고
모르고 나서는 들랑이
스스로 판 굴에 드러난 얼굴
햇볕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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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희 시인의 《새교실》을 읽으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박송희의 《새교실》은 새 학년이라는 일상적 풍경을 빌려 인간관계의 형성과 성숙 과정을 섬세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겉으로는 교실의 정경을 말하지만, 실상은 ‘사람이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식’과 ‘시간 속에서 관계가 굳어지는 과정’을 사유한 시라 할 수 있다.
첫 연 “익은 얼굴 새 얼굴 / 멀었던 서먹 가깝던 서운 / 뒤섞인 새학년 새교실”은 새 학년의 교차된 감정 지층을 정확히 포착한다. ‘익은 얼굴’과 ‘새 얼굴’의 병치는 시간의 연속성과 단절을 동시에 드러내고, ‘서먹’과 ‘서운’이라는 감정어는 관계의 미묘한 온도를 섬세하게 보여 준다.
이 대목에서 시인은 단순한 설렘보다 복합적인 정서를 먼저 내세우며 현실 인식의 깊이를 확보한다.
둘째 연 “일년 이을 빛낼 사귐 / 눈웃음 발장단 / 봄바람 새기운 받고 보내는 인사”에서는 관계 형성의 움직임이 살아난다. ‘눈웃음’과 ‘발장단’은 언어 이전의 교감이며, 봄바람은 시간의 흐름을 감각화한 매개다.
이 연은 관계의 시작이 얼마나 작은 몸짓에서 비롯되는지를 부드럽게 환기한다.
셋째 연은 시의 중심부다. “삶의 수행 쉽게 맞아도 / 꾸준해야 할 벗살이 / 만들어지고 굳게 지켜가는 자리”에서 시인은 사귐을 ‘수행’으로 격상시킨다. 관계는 자연히 주어지지 않으며 지속적 노력 속에서 단단해진다는 인식이 분명하다.
특히 ‘벗살이’라는 표현은 생활성과 공동체성을 동시에 품어 이 시의 윤리적 중심을 이룬다.
넷째 연에서는 시간의 두께가 강조된다. “무수히 오가는 순간의 떨침 / 새 나이 헌 나이 누르는 두께 / 깜냥은 제 할 나름”은 나이와 경험이 겹겹이 쌓이는 과정을 드러낸다. 관계는 각자의 그릇만큼 받아들이고 지켜낸다는 냉정한 통찰이 여기에 담긴다.
마지막 연은 내면의 성찰로 깊어진다. “얼의 골짜기 주름길 보이기만 하고 / 모르고 나서는 들랑이 / 스스로 판 굴에 드러난 얼굴 / 햇볕이 시리다”에서 시는 관계의 본질을 자기 인식의 문제로 귀결시킨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며, 그 노출 앞에서 느끼는 서늘함이 인간관계의 진실이라는 것이다.
시는 군더더기 없는 언어와 절제된 이미지로 관계의 본질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소박한 소재를 통해 삶의 윤리와 존재 인식을 함께 끌어낸 점에서 성숙한 미의식을 보여 준다.
읽는 내내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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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희 시인께.
어제 문학회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눈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침 햇살처럼 도착한 《새교실》을 읽었다. 시를 읽으며 새 학년의 풍경보다 먼저 ‘사람을 오래 바라보는 마음’이 보였습니다.
‘벗살이’라는 말 속에 시인의 삶과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느꼈습니다. 관계를 수행처럼 여기는 태도, 그리고 끝내 자기 성찰로 돌아오는 깊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시를 읽는 동안 교실이 아니라 삶의 자리 하나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의 떨림과 서늘함을 이처럼 담담하게 보여 준 점이 오래 남습니다.
좋은 시 보내주어 고맙습니다.
어제의 만남이 오늘의 시로 이어진 것처럼, 앞으로의 사귐도 조용히 오래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큽니다.
□
새 봄의 책상 앞에서
처음 만난 아침은
아직 이름을 묻지 않은 창가 같았다
의자 하나씩 당겨 앉는 사이
낯섦은 종이처럼 얇아지고
웃음은 분필가루처럼 번졌다
우리는 서로의 빈칸에
천천히 글씨를 적기 시작했고
그 글씨는 하루를 건너
계절로 이어졌다
시인
당신의 말 한 줄이 교실을 밝힌다
그 빛 속에서 사람은
사람에게 조금 더 가까워진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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