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람 김왕식 시인의 시 《시인 지망서》 풋솜의 결, 그 속의 다이아몬드 — ‘버릇’으로 완성되는 시의 단단함 ㅡ 시인 김선영
청람 김왕식 시인의 시 《시인 지망서》 풋솜의 결, 그 속의 다이아몬드 — ‘버릇’으로 완성되는 시의 단단함 ㅡ 시인 김선영 202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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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지망서
청람 김왕식
시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순간
공기가 먼저 묻는다
별 하나쯤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사람인가
아니면
눈물 한 방울을
은하수로 번역할 줄 아는 사람인가
또 묻는다
시험이 있는가
자격증이 있는가
도장을 찍어 주는
어떤 창구가 있는가
길섶의 돌이 웃는다
시인은
칭호가 아니라
버릇이라고
남들은 그냥 지나가는 바람을
끝까지 돌아보는 버릇
남들은 버리는 하루에서
한 줄의 별빛을 줍는 버릇
세상이
아무 일도 없다고 말할 때
혼자서
아직 말이 태어나지 않은
침묵의 울음을 듣는 버릇
시는
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외려
세상이 너무 바빠
놓쳐 버린 것들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
그 사람의
조용한 직업이다
시인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순간
이미
마음 한쪽에서
조용히
한 줄의 시가
걸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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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솜의 결, 그 속의 다이아몬드
— ‘버릇’으로 완성되는 시의 단단함
시인 김선영
청람 김왕식의 《시인 지망서》를 읽다 보면 오래전 한 교실의 풍경이 떠오른다.
고교 시절 국어 교사가 건넸던 말, “너희는 풋솜 같은 부드러움 속에 있는 다이아몬드 같은 학생들이다”라는 문장이 자연스레 겹쳐진다.
이 시 역시 겉으로는 부드럽고 평이하지만, 안쪽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중심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시인이 되고 싶다”는 단순한 고백에서 출발하지만, 곧 그 고백을 질문으로 되돌려 놓는다. “공기가 먼저 묻는다”라는 구절은 이 시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질문의 주체가 인간이 아니라 공기라는 설정은 시인의 자리가 설명하는 쪽이 아니라 먼저 감응하는 쪽에 놓여 있음을 드러낸다.
시는 여기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으로 전환된다.
“별 하나쯤 /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사람인가”라는 물음은 능력이나 재능을 묻는 듯하지만, 실은 태도를 묻는다.
이어지는 “눈물 한 방울을 / 은하수로 번역할 줄 아는 사람인가”라는 구절은 이 시의 핵심을 압축한다. 작은 감정을 크게 부풀리지 않고, 다른 차원으로 옮겨 놓는 힘, 그 조용한 변환의 감각이 시적 인식의 본질임을 드러낸다.
이 시는 제도적 언어를 호출하면서도 그것에 머물지 않는다. “시험이 있는가 / 자격증이 있는가”라는 질문은 곧 “길섶의 돌이 웃는다”라는 장면에서 해체된다. 돌의 웃음은 말이 없지만 강하다. 시를 규정하려는 모든 외적 기준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보여 주는 장면이다.
“시인은 / 칭호가 아니라 / 버릇이라고”라는 문장은 이 작품의 중심축이다. 시를 직업이나 명칭으로 정의하지 않고, 반복되는 감각의 태도로 이해한다.
여기서 ‘버릇’은 가벼운 말이 아니다. 그것은 삶 속에 오래 스며든 감각의 축적이며, 한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이다.
특히 “남들은 그냥 지나가는 바람을 / 끝까지 돌아보는 버릇”이라는 구절은 이 시의 미학을 선명하게 보여 준다. 돌아본다는 것은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놓쳐버린 의미를 다시 붙잡으려는 의지다.
또한 “버리는 하루에서 / 한 줄의 별빛을 줍는 버릇”은 사라지는 시간 속에서 의미를 건져 올리는 시인의 역할을 조용히 드러낸다.
이 작품의 언어는 과장되지 않는다. 문장은 짧고, 구조는 단순하며, 표현은 누구나 이해할 만큼 평이하다. 그러나 바로 그 점에서 힘이 생긴다. 부드러운 풋솜 같은 표면 아래에는 쉽게 부서지지 않는 다이아몬드 같은 중심이 놓여 있다. 감정을 크게 외치지 않으면서도 깊이를 확보하는 방식이 이 시의 미덕이다.
마지막 연에서 시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 “시인이 되고 싶다고 / 말하는 순간 / 이미 한 줄의 시가 / 걸어 나오고 있다”라는 구절은 시적 존재의 탄생을 조용히 보여 준다. 시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이미 마음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던 감각의 드러남임을 말해 준다.
이 작품은 시인을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끝까지 바라볼 수 있는가, 끝내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그 물음을 붙드는 태도 자체가 이미 시라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그래서 이 시는 부드럽다.
그 부드러움은 얕지 않다. 오래 눌러 담은 사유에서 나온 깊이의 결이다. 풋솜의 결 속에 숨은 다이아몬드처럼,
이 작품은 겉으로는 아늑하지만 오래도록 빛을 남기는 시다.
시인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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