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청연 김상희 시인의 시 《봄비는 왜 내려서》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청연 김상희 시인의 시 《봄비는 왜 내려서》 2026.03.18
청연 김상희 시인의 시 《봄비는 왜 내려서》

봄비는 왜 내려서

청연 김상희

젖은 마음 다독이려 봄비는 내리는 가

서글픈 마음 더 서글프라고 봄비는 내리는 가

봄비는 왜 내려서 이 가슴 적시는 가

서운한 마음

그 안에서 내리는 봄비

흐르는 눈물 감당하기 힘든데

봄비 너 마저

생명의 꽃 피우려

봄비 내리고

사랑의 꽃 피우려

나는 눈물 흘리고

피워야 할 꽃들은 피어난다

봄비속에

눈물속에

그리움

보고픔

서운함

기다림

다 함께 뒤섞여 밀려온다 파도처럼

생명수를 만난 목련은 환희의 꽃을 피우려

사랑스런 몸짓을 하고 있다

그것마저도 슬퍼보인다

봄비는 왜 내려서

봄비는 왜 내려서

봄비에 젖은 마음의 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청연 김상희 시인의 《봄비는 왜 내려서》는 질문으로 시작해 질문으로 끝나는 시다.

이 질문은 해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외려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며 한 영혼의 깊이를 드러낸다.

이 작품의 울림은 언어의 장식이 아니라 시인의 맑고 깊은 감수성에서 비롯된다.

청연 시인의 마음은 맑고 깊다.

돌틈에 피어난 민들레꽃 하나에도 가슴을 적시고, 미풍에 흔들리는 꽃잎에도 흠칫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람이다.

더구나 창공에 뜬 낮달을 바라보다가, 삼경三更 깊은 밤 흰 달빛이 배꽃에 스며드는 순간에도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시인이다.

이처럼 자연의 미세한 결에까지 마음이 젖는 감수성이 《봄비는 왜 내려서》 전편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의 시에서 자연은 배경이 아니라 감정의 거울이며, 봄비 또한 단순한 계절의 현상이 아니라 내면의 울림이다.

첫 연의 반복된 물음

“봄비는 왜 내려서”는 자연에 대한 의문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향한 독백이다.

“젖은 마음 다독이려 내리는가 / 서글픈 마음 더 서글프라고 내리는가”라는 구절에서 위로와 슬픔이 교차한다.

이때 봄비는 외부의 풍경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내리는 비가 된다.

중반부 “서운한 마음 / 그 안에서 내리는 봄비”라는 구절에서 시의 시선은 완전히 내면으로 향한다. 봄비와 눈물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감정으로 이어진다

. “흐르는 눈물 감당하기 힘든데 / 봄비 너마저”라는 대목에는 과장이 없다. 다만 감정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낮은 울림이 있다.

이어 “생명의 꽃 피우려 / 봄비 내리고 / 사랑의 꽃 피우려 / 나는 눈물 흘리고”라는 구절은 이 시의 중심이다.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감정이 서로 응답하며, 눈물은 연약함이 아니라 사랑의 형식으로 읽힌다.

“피워야 할 꽃들은 피어난다 / 봄비 속에 / 눈물 속에”라는 담담한 진술은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청연은 감정을 밀어내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통과하며 받아들인다.

그리움과 보고픔, 서운함과 기다림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장면은 그의 정서가 얼마나 섬세한 층위를 이루는지 보여준다.

이 시가 오래 남는 까닭은 슬픔을 말하기 때문이 아니라 슬픔을 다루는 방식 때문이다.

청연은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오래 바라본다. 그 응시 속에서 서정은 번지지 않고 깊어진다.

하여, 이 작품은 울음을 권하지 않는다. 다만 고요히 귀 기울이게 한다.

봄비가 그치고 난 뒤에도 마음 어딘가에 젖은 기운이 남아 있듯, 이 시 역시 읽고 난 뒤 더 오래 머무는 침묵으로 완성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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