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지하철 속 풍경 ㅡ청람 김왕식

지하철 속 풍경 2026.03.18
지하철 속 풍경

지하철 속 풍경

지하철 안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 채

손바닥만 한 빛 속에

하루를 접어 넣는다

눈은 화면에 머물고

마음은

어딘가 닿지 못한 곳에 있다

서너 명 여학생

웃음을 달고 올라탄다

도시는

잠시 화사해지고

시선들은

흘러갔다가 멈춘다

짧은 치맛자락이

바람처럼 스치고

순간의 경계가

아슬하게 흔들린다

한쪽에서

늙스그레한 시선 하나

고개를 돌린다

그때

구석 자리 하나

같은 교복을 입은

다른 한 여학생

무릎 가까이 내려온 치마

두꺼운 안경 너머

종이 위에 머문 눈

연필 끝이

지하철의 흔들림을 타고

작게 이어진다

화면들 사이에서

그 고요한 집중은

왠지

다른 시간에 서 있는 것처럼

낯설고

해서

오래 남는다

몇 정거장을 지나

사람들이 바뀌어도

그 아이의 연필은

여전히 종이 위를 걷고

지하철의 소음 속에서

작은 침묵 하나가

또박또박 자라난다

내릴 역이 지나가도

그 풍경은

아직도 눈 안에 남아

지워지지 않는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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