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유숙희 시인의 시 《몸과 마음》 ㅡ뿌리의 사랑이 꽃으로 드러나는 순간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유숙희 시인의 시 《몸과 마음》 ㅡ뿌리의 사랑이 꽃으로 드러나는 순간 2026.03.25
유숙희 시인의 시 《몸과 마음》 ㅡ뿌리의 사랑이 꽃으로 드러나는 순간

□ 유숙희 시인

몸과 마음

시인 유숙희

따스한 햇볕 퍼져가고

자목련 꽃봉오리마다

하나 둘 기지개를 켜고

터지는 자줏빛 송이송이들

시린 바람에 부대끼는

몸과 마음에

생명수로 순환시킨

뿌리의 지극한 사랑이

이루어지는 봄날

아, 그립다 그 사랑!

나의 뿌리에게도

정성과 희생의 힘

심어 주시고 가신 사랑

환하게 피어나는

눈부신 자목련과 함께

내몸과 마음도

함께 피어납니다.

유숙희 시인의 시《몸과 마음》

ㅡ뿌리의 사랑이 꽃으로 드러나는 순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 시는 한 계절의 변화 속에서 인간 존재의 근원을 조용히 환기시키는 작품이다.

겉으로는 봄과 자목련의 개화를 노래하지만, 그 안에는 ‘뿌리’라는 보이지 않는 사랑의 구조가 단단히 자리하고 있다.

유숙희 시인의 시가 지닌 미덕은 바로 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절제된 언어에 있다.

첫 연은 따스한 햇볕과 자목련의 개화로 시작된다. “기지개를 켜고 / 터지는 자줏빛 송이송이들”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자연 묘사를 넘어 생명의 내적 충동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서 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절정이다. 겨울을 견딘 시간, 보이지 않는 뿌리의 힘이 응축되어 한순간 터져 나오는 생명의 표정이다.

이어지는 연에서 시선은 외부의 풍경에서 내부의 감각으로 이동한다. “시린 바람에 부대끼는 / 몸과 마음”이라는 구절은 인간의 삶이 겪는 고통과 흔들림을 간결하게 환기한다.

이 고통은 절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곧바로 “생명수로 순환시킨 / 뿌리의 지극한 사랑”이라는 문장이 등장하며, 고통의 근원을 치유로 전환한다.

여기서 ‘뿌리’는 단순한 식물학적 존재가 아니라, 인간을 지탱해 온 근원적 사랑, 곧 부모의 헌신과 삶의 토대를 상징한다.

이 시의 중심은 세 번째 연에 있다. “아, 그립다 그 사랑!”이라는 감탄은 감정의 과잉이 아니라, 오래 눌려 있던 기억의 자연스러운 발화다.

특히 “정성과 희생의 힘 / 심어 주시고 가신 사랑”이라는 구절은 시간의 방향을 거슬러 올라가며, 현재의 존재가 과거의 사랑 위에 서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때 시는 회상이 아니라 ‘인식’으로 확장된다. 지금의 나를 가능하게 한 보이지 않는 손길에 대한 자각이다.

마지막 연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오지만, 처음의 풍경과는 결이 다르다. “내 몸과 마음도 / 함께 피어납니다”라는 진술은 단순한 감정 이입이 아니라 존재의 동형성을 보여준다.

꽃이 피는 일과 인간이 살아나는 일이 하나의 리듬으로 연결된다. 자연과 인간이 분리되지 않고, 같은 생명의 순환 속에 놓여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유숙희 시인의 시는 화려한 수사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정제된 언어로 삶을 꿰맨다. 시 전체는 하나의 따뜻한 결을 이루며 독자에게 오래 남는다.

이 작품에서 ‘봄’은 계절이 아니라 관계의 회복이며, ‘꽃’은 장식이 아니라 사랑의 가시화다.

인간은 스스로 피어나는 존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랑에 의해 피어나는 존재이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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