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향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이 음악으로 남을 때 — 남병근 시인 《그리운 어머니》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향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이 음악으로 남을 때 — 남병근 시인 《그리운 어머니》 2026.03.28
향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이 음악으로 남을 때 — 남병근 시인 《그리운 어머니》

□ 남병근 시인

그리운 어머니

박꽃처럼

눈 속 매화처럼 맑고 고우신 어머니

당신의 사랑으로

푸른 대지 위에 굳게 서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미소와

다정한 목소리 들을 순 없지만

그 진한 향기는

애틋한 음악이 되어

우리 곁에 흐르고 있습니다

해와 달, 별과 바람이

정겹게 어울리는 이곳

양지녘에서

두 손 꼬옥 모아

당신을 향한 감사의 기도를 올립니다

사무치게 그리운 그 얼굴

한없이 부르고 싶은 당신

어머니

어머니

그리운 나의 어머니

남병근(법학박사, 전경무관)

· 충남대학교 법학과, 동대학원 졸업(법학박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최고위과정 18기 수료

전) 경찰대학교수

전) 신한대학교 석좌교수

전) 행정자치부차관 치안비서관

전)영등포, 부천원미,평택, 보령 경찰서장 역임

전) 인천경찰청 3부장

전) 서울경찰청 교통지도부장

전) 경기북부경찰청 차장

전)국무총리실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 위원

전)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특별위원

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정책위 부의장

전)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한반도 동일경제특별위원장, 윤리심판위원

제 22대 국회의원 총선 출마

전) 더불어민주당 동두천양주연천 (을) 지역위원장

· 2010 문예사조 시인 등단

·전) 한국문인협회 특별위원장

. 현) 한국경찰문학회 회장

· 녹조근정훈장, 대통령표창2회

국무총리, 장관상 등 40 여 회 수상

향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이 음악으로 남을 때

— 남병근 시인 《그리운 어머니》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한 사람의 어머니는 사라졌으되, 그 사람의 세계는 오히려 더 또렷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상실을 말하는 동시에, 사라짐 이후에도 지속되는 사랑의 형식을 탐색한다.

남병근 시인의 언어는 격정을 앞세우지 않고, 맑음과 고요 속에서 그리움의 깊이를 이끌어 올린다.

“박꽃처럼 / 눈 속 매화처럼 맑고 고우신 어머니”라는 첫 이미지에서 이미 시의 결은 정해진다. 박꽃의 순백과 매화의 고결은 단순한 비유를 넘어 어머니라는 존재의 본질을 환기한다. 이 두 이미지는 공통적으로 ‘어둠과 추위 속에서도 스스로 빛나는 존재’를 상징한다. 어머니는 단순한 기억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지탱해온 근원의 빛으로 자리한다.

이어지는 “당신의 사랑으로 / 푸른 대지 위에 굳게 서 있습니다”는 이 사랑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존재를 세운 힘이었음을 드러낸다. 여기서 화자는 더 이상 보호받는 자가 아니라, 사랑을 기반으로 서 있는 존재로 전환된다. 이는 효의 정서가 회고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삶을 떠받치는 윤리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중반부에 이르면 시는 감각의 층위를 섬세하게 전환한다. “미소와 목소리”는 사라졌지만, “향기”는 남아 “음악”으로 흐른다. 이 대목은 이 시의 핵심적인 미학이다. 사라진 것은 형태이고, 남은 것은 정서다. 그리고 그 정서는 시각이 아니라 후각과 청각으로 변주된다.

향기가 음악이 되는 이 감각의 이동은, 사랑이 어떻게 시간과 공간을 넘어 지속되는지를 보여주는 시적 장치다.

“해와 달, 별과 바람”이 어울리는 장면은 우주적 질서를 불러오며, 어머니의 존재를 자연의 일부로 확장시킨다. 이때 어머니는 더 이상 개인적 기억에 머무르지 않는다.

세계를 이루는 질서 속으로 스며들어, 언제나 곁에 있는 존재로 자리한다. 이 확장은 종교적 기도의 형식과도 맞닿는다. “두 손 꼬옥 모아” 올리는 감사는 슬픔의 표현이 아니라, 관계의 지속을 확인하는 의식이다.

마지막의 반복 “어머니 / 어머니”는 언어의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호명이다. 이 부름은 단순한 그리움의 표출이 아니다. 존재를 다시 불러내는 행위이며, 동시에 스스로를 다시 세우는 내면의 울림이다. 반복될수록 감정은 과잉되지 않고, 더 맑아진다. 절제된 호명 속에서 깊은 애틋함이 응축된다.

남병근 시인의 이 작품은 효를 외치지 않는다. 대신 효가 어떻게 한 인간의 삶 전체를 지탱해왔는지를 조용히 드러낸다. 공직자로서의 긴 시간, 破邪顯正의 삶을 살아온 그의 이력은 이 시의 배경이 아니라, 이 시를 가능하게 한 토양이다. 삶에서 실천된 윤리가 시 속에서 정서로 변환되며, 그 정서는 독자의 마음에도 고요히 스며든다.

이 작품은 슬픔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오래 남는 방식으로 남긴다. 사라진 어머니를 붙잡지 않고, 그 사랑을 자신의 삶 속에 다시 놓는다. 그리고 그 사랑은 향기가 되어 흐르고, 음악이 되어 머문다.

그리움은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

형태를 잃은 자리에서 더 깊은 결로 남는다.

한 사람을 잃은 자리에

한 세계가 다시 세워지고,

그 중심에는

한없이 맑은 어머니가 서 있다.

ㅡ청람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

  1.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