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심연에서 피어나는 사랑 — 청연 김상희 시인의 《눈물속에 피는 꽃》을 읽다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눈물의 심연에서 피어나는 사랑 — 청연 김상희 시인의 《눈물속에 피는 꽃》을 읽다 2026.03.29
□ 청연 김상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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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속에 피는 꽃
청연 김상희
봄하늘에 살구꽃 흐드러지고
부지런한 꿀벌들은 신이 난다
새들도 날아와 꽃잎들과 입맞춤하고
내마음도 덩달아 꽃이 된다
아침까지 맑음
오전부터 흐림 그리고 비
눈물의 파도는 또 파도를 타고
사랑도 하루를 적신다
원망이 아닌 서러움
그리고 사랑때문에
밤새 봄비 내림
쉬지않고 추적 추적
살구꽃도 울고
목련봉오리도 운다
신새벽 까지 울던 사랑
눈물속의 꽃이 된다
신새벽에 피어난 사랑꽃
눈물속에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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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심연에서 피어나는 사랑
— 청연 김상희 시인의 《눈물속에 피는 꽃》을 읽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꽃은 봄에 피지만, 이 시에서 꽃은 계절이 아니라 감정의 깊이에서 피어난다. 청연 김상희 시인의 《눈물속에 피는 꽃》은 자연의 순환을 빌려 인간 내면의 가장 은밀한 정서를 드러내는 시편이다. 읽는 순간 먼저 다가오는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아름다움 뒤에 잠겨 있는 눌린 울음의 결이다. 이 작품은 봄이라는 밝은 배경 위에 눈물이라는 어두운 심연을 겹쳐 놓으며, 감정의 이중 구조를 치밀하게 구축한다.
첫 연의 “살구꽃 흐드러지고 / 부지런한 꿀벌들은 신이 난다”는 장면은 전형적인 봄의 풍경이다. 생명은 넘치고, 세계는 환하게 열려 있다. 새들조차 “꽃잎들과 입맞춤”하며 생명의 교감을 나눈다. 여기까지의 세계는 아무런 결핍도 없는 완전한 조화의 상태다. 그러나 이 평온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내 마음도 덩달아 꽃이 된다”는 구절이 지나고 나면, 곧이어 “오전부터 흐림 그리고 비”라는 급격한 전환이 찾아온다. 자연의 변화는 곧바로 감정의 변주로 이어진다. 맑음에서 흐림으로, 그리고 비로 이어지는 이 흐름은 단순한 기상 변화가 아니라 내면의 기류가 흔들리는 순간이다.
이 시에서 가장 주목할 지점은 “눈물의 파도는 또 파도를 타고”라는 표현이다. 눈물은 한 번의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연쇄적으로 번져가는 파동이며, 멈추지 않는 내면의 운동이다. 사랑 또한 “하루를 적신다.” 이때의 사랑은 기쁨이 아니라 젖음이며, 스며듦이다. 더욱이 시인은 “원망이 아닌 서러움 / 그리고 사랑 때문에”라고 말한다. 여기서 감정은 명확히 규정된다. 그것은 분노가 아니라 서러움이다. 관계를 끊어내는 감정이 아니라, 끝내 놓지 못하는 감정이다. 이 지점에서 시는 절규에 가까워진다. 말하지 못한 감정이, 말로 다 담기지 않는 감정이 비로 번져 내린다.
후반부의 “살구꽃도 울고 / 목련봉오리도 운다”는 구절은 자연과 인간의 감정이 완전히 합일된 상태를 보여준다. 꽃은 더 이상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의 표정이며, 울음의 형상이다.
특히 ‘봉오리’라는 아직 피지 않은 상태까지도 울고 있다는 설정은, 이 감정이 이미 지나간 것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 중임을 암시한다. 울음은 끝나지 않았고, 아직 피지 못한 사랑조차 눈물 속에 잠겨 있다.
마지막 연에서 “신새벽까지 울던 사랑 / 눈물 속의 꽃이 된다”는 진술은 이 시의 정점이다. 여기서 사랑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변형된다. 그것은 더 이상 환한 꽃이 아니라, 눈물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이 꽃은 밝지 않다.
그러나 더 깊다. 고통을 통과한 감정만이 도달할 수 있는 밀도의 꽃이다. “신새벽에 피어난 사랑꽃”이라는 표현은 특히 의미심장하다. 새벽은 끝과 시작이 겹치는 시간이다. 어둠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으나, 빛이 스며들기 시작하는 경계. 그 경계에서 피어난 꽃은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눈물을 견딘 이후에야 비로소 허락되는 존재의 방식이다.
시인 청연의 이 시는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감정을 견디게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읽히기보다 스며든다. 한 줄 한 줄이 마치 빗방울처럼 떨어지며 독자의 내면에 잔잔한 파문을 만든다. 화려한 수사나 과장된 비유 없이도, 이 시가 깊은 울림을 갖는 이유는 감정이 진실하기 때문이다. 꾸미지 않은 슬픔, 그러나 끝내 놓지 않는 사랑. 그 두 가지가 이 시를 지탱하는 중심축이다.
《눈물속에 피는 꽃》은 알고 있다.
사랑은 환한 날에 피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지나서야 비로소 피어난다는 것을.
이 시는 하나의 고백이며, 동시에 하나의 증언이다.
울음을 견딘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가장 조용하고도 깊은 꽃에 대한.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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