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연 김상희 시인의 《사월》 — 꽃을 사는 마음, 계절을 건너는 눈물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청연 김상희 시인의 《사월》 — 꽃을 사는 마음, 계절을 건너는 눈물 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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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시인 청연 김상희
계절의 어깨에 봄이 내리고
봄은 사월을 품는다
바람과 꽃이 만나는 달
나는 꽃이 되고
그대는 바람이 된다
하늘과 땅의 숨결
사월의 노래 퍼지며
생명의 신비 드리운다
하얀 꿈 하얗게 피어나는 목련꽃
지고한 사랑
사월의 사랑
잿빛의 그대여
훌훌 털고 일어나시라
우리들의 사월이 웃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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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 김상희 시인의 《사월》
— 꽃을 사는 마음, 계절을 건너는 눈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계절은 돌아오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봄을 사는 것은 아니다. 청연 김상희 시인의 《사월》은 바로 그 차이를 증명하는 시다.
이 작품의 사월은 바깥에서 오는 계절이 아니라, 시인의 내면에서 먼저 피어오른 봄이다. 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꽃 속에 묻혀 사는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감각이 이 시의 바탕을 이룬다.
“계절의 어깨에 봄이 내리고 / 봄은 사월을 품는다”는 구절은 단순한 의인화를 넘어선다. 이 문장에서 계절은 외부의 흐름이 아니라 서로를 감싸 안는 존재들의 관계망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감각은 자연을 대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타자로 받아들이는 시인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그는 바위틈에서 힘겹게 올라오는 민들레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다. 이 눈물은 연약함에 대한 연민이 아니라, 생명이 스스로를 밀어 올리는 순간에 대한 경외다.
“나는 꽃이 되고 / 그대는 바람이 된다”는 구절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이 문장은 단순한 서정적 상상이 아니라 존재의 경계를 허무는 감각의 확장이다. 꽃과 바람은 분리된 대상이 아니라 서로를 완성하는 관계이며, 이는 시인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그대로다.
그는 자연을 관찰하지 않는다. 자연과 함께 흔들린다. 그 흔들림 속에서 관계는 비로소 살아난다.
“하늘과 땅의 숨결”이라는 표현은 이 시의 시야를 수직적으로 확장시키면서, 동시에 시인의 감각이 얼마나 깊이 자연의 내부로 스며들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숨결은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연결한다. 민들레 한 송이와 하늘의 흐름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인식,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시의 세계는 완성된다.
특히 “하얀 꿈 하얗게 피어나는 목련꽃 / 지고한 사랑”은 시인의 마음결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목련의 흰빛은 단순한 색채가 아니라, 상처를 통과하고도 더럽혀지지 않은 마음의 상태다. 바위틈에서 올라오는 민들레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그 시선과, 목련을 ‘지고한 사랑’으로 명명하는 언어는 동일한 근원에서 나온다. 생명을 향한 절대적인 신뢰와 애정이다.
종결부의 “잿빛의 그대여 / 훌훌 털고 일어나시라”는 이 시가 개인의 감상에 머물지 않고 공동의 위로로 확장되는 지점이다. 시인은 자신의 감정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이미 피어 있는 사월을 가리키며, 그 안으로 들어오라고 조용히 권한다.
이는 설득이 아니라 동행의 제안이다.
이 시의 깊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완성된다. 꽃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꽃의 시간을 함께 사는 사람, 생명의 고통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만이 이러한 언어에 도달할 수 있다.
하여,
이 《사월》은 단순히 아름다운 계절이 아니다. 연약한 것이 끝내 피어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 곁에 서 있는 마음의 계절이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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