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청연 시인의 《가산사 가는 길》 ㅡ청람 김왕식 평하다

청연 시인의 《가산사 가는 길》 2026.04.24
청연 시인의 《가산사 가는 길》

□ 가산사 지원 스님

가산사 가는 길

시인 청연 김상희

연둣빛 푸르름 산야 물들이고

봄꽃들 화사하게 반기는

가산사 가는 길

지원스님 차에서 훌러나오는

봄날은 간다

가산사 가는 길

봄날에 젖는다

깊고 깊은 산길

가산사 가는 길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봄 석 달 내내

봄날은 간다만 들으신다는 지원스님

그렇지

그 한 노래에 인생이 다 들어있지

가산사 가는 길

인생 열린다

인생 꽃 핀다

□ 청연 김상희 시인 ㆍ시낭송가

길 위에서 맑음이 울림이 되는 순간

— 청연 시인의 《가산사 가는 길》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봄은 바깥의 계절이기 전에 먼저 한 사람의 내면에서 열린다. 이 작품에서 “연둣빛 푸르름 산야 물들이고”라는 구절은 자연의 묘사이면서 동시에 시인의 마음이 맑게 열리는 순간을 드러낸다. 그래서 ‘가산사 가는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삶의 결을 씻어내는 내적 노정으로 읽힌다.

청연 시인은 시낭송가이자 시인이다. 그의 언어는 읽히는 데서 멈추지 않고, 울림으로 건너간다. 그 울림의 근원에는 맑음이 있다. 이 시에서 느껴지는 정조는 꾸밈이나 과장이 아니라, 깊은 산사의 샘물처럼 투명한 정신에서 비롯된다. 그러한 맑음은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더욱 또렷해진다. 봄이 간다는 사실을 슬픔으로만 붙잡지 않고,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곧 이 시의 중심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 놓칠 수 없는 장면은, 가산사 주지의 차담(茶談) 속에서 시가 움트는 순간이다. 차 한 잔을 사이에 둔 고요한 시간, 말과 말 사이의 여백, 그리고 노래가 흘러드는 자리에서 시는 갑작스레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마음속에 머물던 울림이 차분히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다.

이때 시는 쓰이는 것이 아니라, 피어난다.

“봄 석 달 내내 / 봄날은 간다만 들으신다는 지원스님”이라는 대목은 바로 그 맑은 수행의 시간을 상징한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 꽃이 지면 같이 울던”이라는 구절은 자연과 인간이 분리되지 않는 상태를 보여준다. 이 공감의 결은 시인의 맑은 영혼에서 비롯된다. 감정이 과장되지 않기에 외려 더 깊이 스며들고, 소박한 언어가 오래 남는다. 이는 시낭송가로서의 경험이 언어에 호흡을 불어넣고, 시인으로서의 내면이 그 호흡에 깊이를 더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연 “가산사 가는 길 / 인생 열린다 / 인생 꽃 핀다”는 이 시의 귀결이자 확장이다. 길은 끝나는 곳이 아니라, 다시 열리는 자리다. 봄이 지나가는 것을 받아들인 자리에서 인생은 피어난다. 그 깨달음은 거창한 사유에서 오지 않는다. 차 한 잔의 고요, 한 곡의 노래, 그리고 맑은 마음이 만나는 자리에서 자연스레 도달한다.

이 작품은 화려한 수사를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맑음으로 밀어붙인다. 그 맑음이야말로 이 시의 가장 큰 힘이며, 독자로 안온히 걸음을 늦추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가산사 가는 길》은 한 편의 봄 시가 아니라, 맑은 영혼이 길 위에서 만난 삶의 가장 단순하고도 깊은 진실에 대한 기록이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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