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도시의 변모와 인간의 자리 ― 서강석 시인의 가치철학과 작품 미의식에 관한 소고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도시의 변모와 인간의 자리 ― 서강석 시인의 가치철학과 작품 미의식에 관한 소고 2026.04.28
도시의 변모와 인간의 자리  ― 서강석 시인의 가치철학과 작품 미의식에 관한 소고

□ 시인 서강석 송파구청장

도시의 변모와 인간의 자리

― 서강석 시인의 가치철학과 작품 미의식에 관한 소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Ⅰ. 여는 말

― 행정과 문학의 교차 지점

서강석 시인은 한국 현대문학에서 드물게 확인되는 이중적 궤적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하여 1급 공무원으로 퇴직한 뒤, 민선8기 송파구청장으로서 행정의 최전선에 서 있는 동시에 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과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취득하고,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마친 그의 학문적 이력은 단순한 경력의 축적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인식 체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이력은 외형적으로는 상이한 두 영역―행정과 문학―의 병치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하나의 사유 구조로 통합되어 있다. 행정이 현실을 조직하고 분류하며 체계화하는 학문이라면, 문학은 그 체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감정과 존재를 탐색하는 언어의 장이다. 이 두 영역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서로를 보완하는 긴장 속에서 더 깊은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 서강석의 문학은 바로 이 긴장의 지점에서 출현한다.

그의 작품 세계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것은 추상적 상상이나 관념적 사유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출발한다. 행정가로서 오랜 시간 축적해온 경험은 그에게 도시와 사회를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했고, 시인으로서의 감수성은 그 구조 속에 놓인 인간의 내면을 포착하는 능력을 길러주었다. 따라서 그의 시는 단순한 감정의 발화가 아니라, 구조와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생성된 복합적 언어라 할 수 있다.

특히 그의 문학은 ‘도시’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도시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하나의 거대한 구조다. 그 안에서 개인은 끊임없이 이동하고, 적응하며, 때로는 밀려난다. 서강석 시인은 이러한 도시의 작동 방식을 외부에서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부의 구성원으로서 체험하고 기록한다.

이 점에서 그의 시는 도시사회학적 성격을 지니면서도, 동시에 개인의 내면을 탐색하는 서정성을 유지한다.

행정이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를 묻는다면, 문학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다. 서강석의 작품은 이 두 질문을 분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의 질문으로 통합한다.

즉, 그는 조직된 세계 속에서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그의 시 전반을 관통하며, 단순한 개인적 감상을 넘어 사회적 의미를 획득하게 한다.

서강석 시인의 문학은 행정과 문학이라는 두 영역의 경계를 허무는 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는 행정의 언어를 문학의 언어로 번역하고, 문학의 감수성을 다시 현실의 구조 속으로 환원한다. 이 과정에서 그의 작품은 현실을 해석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며, 독자로 하여금 도시와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이처럼 서강석의 문학은 단순한 창작의 결과물이 아니라, 한 인간이 오랜 시간 축적해온 경험과 사유가 응축된 결과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언제나 하나의 질문이 놓여 있다.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 인간은 어디에 서 있는가. 그의 문학은 바로 이 질문을 끊임없이 되묻는 데서 시작된다.

Ⅱ. 가운뎃말

  1. 삶의 가치철학

― 공공성과 인간 중심의 시선

서강석 시인의 삶의 철학은 ‘공공성에 기반한 인간 중심성’이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행정가로서 그는 제도와 정책이라는 틀을 통해 공동체를 바라보았고, 문학가로서 그는 그 틀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삶과 감정을 응시해왔다. 이 두 시선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긴장 속에서 균형을 이루며, 하나의 입체적 인식으로 확장된다.

행정은 본질적으로 질서와 효율, 그리고 구조의 안정성을 지향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개별 인간의 감정과 존엄은 종종 부차적인 요소로 밀려난다. 반대로 문학은 인간의 내면과 감정,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데 집중한다. 서강석 시인은 이 두 영역의 간극을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단절로 두지 않는다. 그는 행정이 놓치기 쉬운 인간의 결을 문학으로 보완하고, 문학이 머물기 쉬운 감정의 영역을 행정적 현실 인식으로 견인한다.

이러한 인식은 그의 작품 전반에서 일관되게 드러난다. 그는 개발과 성장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 동시에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무엇이 얻어지고 무엇이 사라지는지를 냉정하게 바라본다. 이때 그의 시선은 구조를 분석하는 행정가의 시선과, 그 구조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겹쳐진다.

대표작 「가락시영」은 이러한 가치철학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텍스트다. 이 작품은 도시 재개발이라는 거대한 구조적 변화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놓여 있다. 시는 아파트의 층수와 동 수, 세대 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현실의 물리적 조건을 명확히 드러낸다. 그러나 그 수치의 이면에는 오랜 시간 그 공간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사람들의 기억과 정서가 자리한다.

특히 ‘한가락 하지 못하는 서민들’에서 ‘한가락 하는 사람들’로의 전환은 단순한 거주자의 교체를 넘어, 도시가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드러낸다. 이 변화는 경제적 상승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내포하면서도, 동시에 기존 공동체의 해체와 삶의 단절을 동반한다. 서강석 시인은 이 양면성을 어느 한쪽으로 기울이지 않고, 절제된 언어로 병치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의 시선이 감정적 과잉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연민을 과장하지 않고, 비판을 확대하지 않는다. 대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제시함으로써 독자가 스스로 의미를 구성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태도는 공공성을 중시하는 행정가의 객관성과, 인간을 향한 시인의 공감이 조화를 이룬 결과라 할 수 있다.

서강석 시인의 가치철학은 ‘구조를 이해하되 인간을 놓치지 않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는 도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인식하면서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삶을 중심에 둔다. 이러한 시선은 그의 문학을 단순한 개인적 서정에서 벗어나게 하며, 사회적 의미를 지닌 텍스트로 확장시킨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공공성과 인간 중심성이라는 두 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형성된다. 그리고 그 교차 지점에서 우리는 현대 도시가 안고 있는 본질적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변화하는 구조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서강석 시인의 문학은 바로 이 질문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제기하고 있다.

  1. 작품 미의식

― 사실성과 절제의 미학

서강석 시인의 작품은 수사적 장식보다 사실의 밀도와 구조적 인식에 기대어 서 있다. 그의 시어는 화려함을 지양하는 대신, 현실의 좌표를 정확히 짚는 데 힘을 쏟는다. 「가락시영」에서 반복되는 ‘백삼십 사 개 동’, ‘육천육백 가구’와 같은 구체적 수치는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다. 그것은 특정 시대와 공간을 고정시키는 좌표이자, 도시의 물리적 질서를 드러내는 시적 장치다. 이러한 수치들은 언어가 추상으로 흩어지는 것을 막고, 시를 현실의 중심에 단단히 묶어 둔다.

이 같은 특징은 그의 행정학적 배경과 긴밀히 연결된다. 행정은 세계를 계량하고 구조화하는 학문이며, 그 과정에서 수치는 현실을 인식하는 기본 단위로 작동한다. 서강석 시인은 이러한 인식 방식을 문학에 도입한다. 그는 현실을 막연한 정서로 환원하지 않고, 구체적 조건과 구조 속에서 파악한다. 그리고 그 구조를 다시 시적 언어로 치환한다. 이때 시어는 감정의 과잉을 배제한 채, 절제된 상태로 독자에게 전달된다. 그 결과 그의 시는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확보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의 시가 지닌 ‘절제의 미학’이다. 그는 개발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단선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그것을 찬양하지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도 않는다. 대신 변화의 양면을 병치한다. 한편에는 주거 환경의 개선과 도시의 성장이라는 긍정적 요소가 놓이고, 다른 한편에는 기존 공동체의 해체와 삶의 단절이라는 부정적 요소가 놓인다. 이 두 요소는 서로를 상쇄하지 않고, 긴장 상태를 유지한 채 공존한다.

이러한 병치 구조는 독자에게 해석의 주도권을 넘긴다. 시인은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현실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의미의 층위를 드러낼 뿐이다. 독자는 그 틈에서 스스로 질문을 생성하고, 해석을 구성하게 된다. 이는 현대 시가 지향하는 개방성과 다층성을 충실히 구현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의 시는 감정의 표출보다 ‘상태의 제시’에 가깝다. 그는 슬픔을 직접 말하지 않고, 슬픔이 놓인 조건을 드러낸다. 분노를 외치기보다, 분노가 उत्प生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이러한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감정을 수동적으로 수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생성하게 만든다. 이 점에서 그의 시는 단순한 서정시를 넘어, 사유를 촉발하는 텍스트로 기능한다.

서강석 시인의 작품 미의식은 사실성과 절제라는 두 축 위에서 형성된다. 그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면서도, 그 표현을 최소화함으로써 오히려 더 큰 의미를 드러낸다. 과잉을 덜어낸 자리에서 비로소 본질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그의 시는 ‘덜어냄의 미학’이 어떻게 현대적 의미를 획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1. 변신 · 저항 · 수긍의 구조

서강석 시인의 시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구조는 ‘변신, 저항, 수긍’이라는 세 축으로 정리된다. 이는 단순한 주제의 반복이 아니라, 현대 도시인의 삶을 해석하는 하나의 인식 틀로 기능한다. 그의 시에서 이 세 요소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배열되기도 하고, 때로는 동일한 순간 안에서 중첩되며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먼저 ‘변신’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존재의 전략이다. 도시라는 공간은 끊임없이 재편되며, 그 안에서 개인은 고정된 정체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서강석 시인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는 변화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그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갱신하며 적응하는지를 주목한다. 변신은 단순한 순응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능동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를 지닌다.

다음으로 ‘저항’은 구조적 불합리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의 시는 도시의 외형적 성장 이면에 존재하는 불균형과 단절을 드러낸다.

「가락시영」에서 나타나는 계층 이동의 문제는 그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그의 저항은 직접적이고 과격한 언어로 표출되지 않는다. 그것은 절제된 서술과 구조적 병치를 통해 드러난다. 다시 말해, 그는 외침 대신 제시를 택한다. 이로써 저항은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인식의 심화로 전환된다.

마지막으로 ‘수긍’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찰의 단계다. 이는 체념과 구별된다. 체념이 변화의 가능성을 포기하는 태도라면, 수긍은 변화의 조건을 인식한 뒤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 태도다. 서강석 시인의 시는 이 지점에서 특유의 균형을 획득한다. 그는 현실의 모순을 인지하면서도, 그것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는다. 대신 그 안에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태도를 모색한다.

이 세 가지 구조는 그의 행정 경험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공직자로서 그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정책 환경 속에서 대응과 조정을 반복해왔다. 제도의 한계와 현실의 요구 사이에서 선택을 내려야 했던 경험은, 그의 문학에 구조적 인식의 깊이를 부여한다.

따라서 그의 시는 단순한 감정의 기록이 아니라, 현실을 통과한 사유의 결과물로 읽힌다.

결국 ‘변신, 저항, 수긍’은 서강석 시인의 작품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이자, 현대 도시인이 처한 존재 조건을 설명하는 하나의 틀이다. 그의 시는 이 세 요소를 통해 변화 속의 인간을 입체적으로 포착하며, 독자로 하여금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Ⅲ. 맺음말

― 구조를 건너 인간에 닿는 문학

서강석 시인의 문학은 행정과 문학이라는 서로 다른 두 영역을 하나의 사유 체계로 통합한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그는 행정가로서 구조를 이해하고, 시인으로서 그 구조 속에 놓인 인간을 응시한다. 이 이중적 시선은 그의 작품을 단순한 서정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의미를 지닌 텍스트로 확장시킨다.

그의 시는 현실을 회피하지 않는다. 도시의 변화, 재개발의 흐름, 계층 이동의 문제와 같은 구체적 조건을 직시한다. 그러나 그 시선은 냉정한 분석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그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삶과 감정을 놓치지 않으며, 인간의 자리를 끝까지 붙들고 있다. 이 점에서 그의 문학은 구조와 인간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서 고유한 가치를 획득한다.

또한 그의 작품은 사실성과 절제의 미학을 통해 과잉을 덜어내고 본질에 접근한다. 수치와 현실적 디테일을 통해 세계를 구체화하면서도, 감정의 직접적 표출을 자제함으로써 독자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이러한 개방성은 그의 시를 단선적 의미에서 벗어나 다층적 사유의 공간으로 만든다.

‘변신, 저항, 수긍’이라는 구조는 그의 문학을 관통하는 핵심 인식 틀로서, 현대인의 삶을 입체적으로 해석하게 한다. 그는 변화에 적응하면서도 비판의 시선을 유지하고, 동시에 현실을 성찰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제시한다. 이 세 요소의 긴장은 그의 작품에 깊이를 부여하며, 독자로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서강석 시인의 문학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 인간은 어디에 서 있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그의 시는 이 질문에 대한 명시적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그 안에서 사유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이와 같은 점에서 그의 문학은 행정의 기록을 넘어, 인간과 도시의 관계를 탐색하는 사유의 장으로 기능한다. 구조를 이해하면서도 인간을 잃지 않는 시선, 그것이 서강석 시인의 문학이 도달한 자리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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