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숙 시인의 시《노을》 ㅡ붉은 그리움의 체온, 삶의 황혼을 꽃으로 물들이는 언어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유윤숙 시인의 시《노을》 ㅡ붉은 그리움의 체온, 삶의 황혼을 꽃으로 물들이는 언어 2026.05.08
□ 유윤숙 시인

■
노을
시인 유윤숙
앳된 날 차마 지나갔나
곱고 고와 설운 사랑
언제,
나도 저런 사랑 해 보았던가
눈 속 헤집고 들어가도
식지 않는
그런, 꽃불사랑
붉은 하늘
나풀대는 꽃댕기
□
유윤숙 시인
• 아호 : 금향
경기도 김포 출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희대학교 교내백일장대회 장원 3회
YMCA 제6회 신사임당 탄생기념 백일장대회 3등
부산일보사 주최 영남여성백일장대회 가작
2024년 경기도 어르신 작품공모전 문예부문 입선
2024년 이어도문학주최 제1회 전국시낭송대회 금상
문예사조 시로 등단
문예사조 편집위원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세계문학 회원
제32회 문예사조문학상 최우수상(시부문) 수상
제34회 문예사조문학상 본상(시부문) 수상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사화집 시 수록
월간 순수문학 358호 시 수록
동인지 《글밭을 가꾸는 사람들》 외 다수
시집 《똥을 빼다》

■
유윤숙 시인의 시《노을》
ㅡ붉은 그리움의 체온, 삶의 황혼을 꽃으로 물들이는 언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노을은 하루가 저무는 풍경이 아니라, 끝내 식지 못한 마음이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순간이다.
유윤숙 시인의 시《노을》은 바로 그 지점을 붙든다. 짧은 시이지만, 이 작품에는 한 인간이 지나온 시간의 체온과 사랑의 잔향이 깊게 스며 있다. 무엇보다 이 시는 ‘늦은 아름다움’이 얼마나 깊은 울림을 남길 수 있는가를 증명한다.
“앳된 날 차마 지나갔나”라는 첫 구절은 그저 회상이 아니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그 시간을 제대로 붙들지 못한 마음의 떨림이 함께 들어 있다. ‘차마’라는 부사는 세월을 받아들이는 체념이 아니라, 아직도 다 놓지 못한 감정의 흔들림이다. 젊음은 지나갔지만, 마음은 아직 그 시절의 언저리를 서성이고 있다.
이어지는 “곱고 고와 설운 사랑 / 언제, / 나도 저런 사랑 해 보았던가”에서는 이 시의 정서가 더욱 선명해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랑의 성취가 아니다. 사랑을 지나온 뒤에도 끝내 다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의 빛이다.
시인은 노을을 바라보며 단순히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 붉음 속에서 자신의 생애를 다시 비춰 본다. 그래서 노을은 자연의 풍경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거울이 된다.
특히 “눈 속 헤집고 들어가도 / 식지 않는 / 그런, 꽃불사랑”이라는 대목은 이 시의 중심축이다. 사랑을 불꽃으로 비유한 시는 많지만, 유윤숙 시인의 언어는 다르다.
그는 뜨겁다는 말 대신 ‘눈 속에서도 식지 않는’ 사랑을 말한다. 차가움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
그것은 단순한 연정이 아니라, 생의 깊은 곳에서 오래 견디어 온 존재의 온기다.
‘꽃불사랑’이라는 표현에는 여성적 섬세함과 원초적 생명력이 동시에 깃들어 있다. 꽃처럼 아름답고, 불처럼 뜨거운 사랑. 그러나 그 불은 소란스럽지 않다. 외려 오래 타는 불이다.
마지막의 “붉은 하늘 / 나풀대는 꽃댕기”는 이 시를 하나의 한국적 서정으로 완성한다. ‘꽃댕기’라는 시어는 잊혀 가는 전통적 정서를 불러오며, 노을빛 하늘을 한 여인의 댕기처럼 형상화한다.
이 순간 노을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한 시대의 여성적 情恨과 아름다움으로 살아난다. 시인은 거대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시어 하나로 독자의 기억 깊숙한 곳을 건드린다.
이것이 바로 시인 유윤숙 시의 힘이다.
유윤숙 시인의 문학 세계는 그의 삶과도 닮아 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의 기초를 다졌고, 수차례 백일장 수상과 시낭송대회 금상 수상 등을 통해 언어와 음성의 결을 함께 익혀 왔다.
특히 시낭송가로서의 경험은 그의 시어에 독특한 호흡과 울림을 부여한다. 그의 시는 읽히기 전에 먼저 ‘들리는 시’다. 짧은 문장 속에도 리듬과 숨결이 살아 있다.
시집 《똥을 빼다》에서 보여준 현실 감각 또한 주목할 만하다. 삶의 가장 낮은 자리와 인간의 속내를 외면하지 않는 태도는 시 ‘노을’에서 이어진다.
다만 여기서는 그것이 더욱 절제되고 맑은 형태로 응축되어 있다. 화려한 기교보다 오래 남는 정서, 과장된 언어보다 작은 떨림 하나를 끝까지 붙드는 힘. 그것이 유윤숙 시의 본질이다.
시《노을》은 저무는 풍경을 노래한 시가 아니다. 살아오며 끝내 다 타지 못한 사랑과, 세월 속에서도 아직 식지 않은 인간 존재의 온기를 노래한 작품이다.
하여, 이 시를 읽고 나면, 노을은 더 이상 하루의 끝이 아니다. 누군가의 가슴속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랑의 색으로 안온히 오래 남는다.
ㅡ청람 김왕식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