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없습니다” — 이어도문학회, 바다보다 먼저 출렁이는 문학의 밤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자리 없습니다” — 이어도문학회, 바다보다 먼저 출렁이는 문학의 밤 202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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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없습니다”
— 이어도문학회,
바다보다 먼저 출렁이는 문학의 밤
청람 김왕식
행사 준비하는 사람들 얼굴이 요즘 이상하다.
걱정하는데 웃고 있고, 웃고 있는데 또 한숨을 쉰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5월 21일 《문학의 집 서울》에서 열리는 ‘이어도문학회 회장 이 · 취임식 및 화현 황성구 시집 《이어도는 아직 말이 없다》 북콘서트’ 이야기다.
처음에는 조용히 치르려 했다.
바다처럼 잔잔하게, 문학처럼 은은하게.
그런데 입소문이라는 것이 참 묘하다.
한 사람이 “이번 행사 좋다더라” 하면 두 사람이 따라오고, 두 사람이 “황성구 시인 시 낭송 들으러 간다” 하면 어느새 열 사람이 움직인다.
결국 행사 전인데도 참석 의사를 밝힌 인원이 벌써 100명을 훌쩍 넘었다.
문제는 《문학의 집 서울》 의자가 갑자기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준비위원들은 요즘 사람 수를 세다가 밤을 새운다.
의자를 더 놓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누군가는 “그냥 바닥에도 앉으시라 하죠”라고 말했고, 또 누군가는 “이어도 정신은 원래 불편을 견디는 거 아닙니까”라며 웃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사람들은 그 불편함조차 즐거워하는 분위기다.
왜일까.
아마 이번 행사가 평범한 문학 행사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행사장에 가면 무대 위 사람만 주인공이다.
아래 앉은 사람들은 박수 치고 사진 찍다가 조용히 돌아간다.
그런데 이번 이어도문학회 행사는 애초부터 방식이 다르다.
황성구 신임 회장이 꺼내든 첫 번째 말이 이랬다고 한다.
“행사장에 오는 사람 모두가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시를 읽는 사람도 있고, 갑자기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고, 중간에 낭송가가 객석으로 내려가 관객과 함께 시를 읽는 방식도 논의 중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이거 북콘서트인지 문학 난장인지 모르겠다”며 웃었지만, 오히려 그 자유로운 분위기에 사람들이 더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이날의 중심에는 황성구 시인의 시집 《이어도는 아직 말이 없다》가 놓여 있다.
제목부터 묘하다.
말이 없다고 했는데, 이상하게 사람 마음속에서는 더 큰 파도가 일어난다.
황성구 시인의 시는 소리 높여 외치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하다.
그런데 그 조용함이 오래 남는다.
마치 새벽 어시장 끝에서 혼자 출렁이는 파도 같고, 밤바다 멀리 떠 있는 등대 불빛 같다.
시를 읽다 보면 사람은 어느새 자기 마음속 외로운 섬 하나와 마주하게 된다.
이번 행사에 대해 시낭송가 김상희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어도문학회는 바다를 말하지만 결국 사람을 이야기하는 문학회입니다.”
참 맞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이어도문학회는 늘 조금 특이했다.
문학을 이야기하면서도 바다를 잊지 않았고, 바다를 말하면서도 사람 냄새를 놓치지 않았다.
전임 이희국 회장은 오랜 시간 묵묵히 그 바탕을 다져왔다.
그리고 이제 황성구 회장이 새로운 돛을 달게 됐다.
그런데 황 회장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하다.
“문학은 혼자 빛나는 일이 아니라 함께 따뜻해지는 일입니다.”
그 말이 참 황성구 시인답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해운협회와 부산항만공사, 장금상선, 바다의 품 등 해양 관련 기관들도 대거 힘을 보태고 있다.
누군가는 “문학 행사에 웬 해운회사냐”고 묻지만, 사실 이어도만큼 바다와 가까운 문학도 드물다.
문학이 육지에서만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파도 소리 속에서도 시는 태어나고, 등대 불빛 아래에서도 사람은 오래된 그리움을 쓰게 된다.
행사를 준비하는 한 관계자는 며칠 전 이런 말을 했다.
“큰일입니다. 자리가 부족해요.”
그런데 듣고 있던 다른 문인이 웃으며 말했다.
“자리야 부족할 수 있죠. 마음까지 부족한 건 아니잖아요.”
그 말에 모두 한참 웃었다.
어쩌면 이번 이어도문학회 행사의 진짜 주인공은 바로 그런 웃음인지도 모른다.
오래 메말랐던 사람들 마음속에 다시 물결 하나 들어오는 순간.
달빛 아래 바다는 여전히 말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 이어도의 밤은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사람들 가슴속에서 먼저 출렁이고 있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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