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지상의 천국 [해오름] ― 강화의 언덕에서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지상의 천국 [해오름] ― 강화의 언덕에서 2026.05.18
지상의 천국 [해오름] ― 강화의 언덕에서

□ 해오름 들어가는 길

□ 이영범 목사님

□ 빨간머리 앤 사모님

□ 해오름 전경

해오름

― 강화의 언덕에서

강화의 오래된 바람은

사람보다 먼저

길의 외로움을 안다

바다에서 건너온 저녁빛 하나

낮은 언덕에 조용히 걸터앉으면

그곳에

해를 품은 작은 집 하나

숨처럼 떠오른다

《해오름》

지붕 위로는

햇살이 가장 먼저 기도하러 오고

창가에는

사람의 체온 같은 불빛이

늦도록 머문다

이 집의 주인은

한평생

칠판 위에 미래를 쓰던 사람이었다

분필 가루 날리는 교단에서

아이들의 눈동자에

먼 훗날의 봄을 심어주고

강단에서는

말보다 깊은 침묵으로

하늘의 길을 전하던 사람

세상의 박수와

높은 자리와

무거운 이름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마침내 그는

강화의 낮은 언덕 아래

작은 천국 한 채를 지었다

천국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친 사람 하나

편히 쉬어갈 의자 하나와

따뜻한 눈빛 하나만 있어도

이미 천국은 시작되는 것이었다

사모님은

마치 오래된 동화 속

빨간 머리 앤처럼 웃는다

햇살을 머리칼에 묶어두고

사람의 마음속 그늘까지

환하게 밝혀주는 사람

이제 그녀는

바리스타가 되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사랑을

커피 향으로 내리고 있다

그 손끝에서 피어나는 향기는

단순한 커피가 아니다

누군가의 외로운 하루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작은 위로의 기도다

신기한 일이다

《해오름》에 오래 앉아 있으면

사람들의 얼굴이 조금씩

빛을 되찾는다

굳어 있던 마음은

봄눈 녹듯 풀어지고

상처 입은 시간들은

커피잔 가장자리에서

천천히 저녁빛으로 식어간다

아마 천사란

날개 달린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의 지친 하루에

따뜻한 온기를 건네는

한 사람의 다정함인지 모른다

그래서

그 집 문을 나서는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속에

작은 햇살 하나씩 품고 돌아간다

강화의 고즈넉한 언덕 위

오늘도 《해오름》에는

해보다 먼저

사람의 온기가 떠오른다.

ㅡ청람 김왕식

□ 해오름 산책로 ㅡ 빨간머리앤 사모님

해보다 먼저 사람을 품는 두 분께

올립니다

김왕식

세상에는

큰 건물을 짓는 사람도 많고

높은 이름을 남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지친 마음이 쉬어갈

따뜻한 자리 하나를 만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두 분은

강화의 낮은 언덕 위에

집 한 채를 지으신 것이 아니라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작은 천국 하나를 지어놓으셨습니다.

사랑하는 따님을 바라보며

얼마나 많은 밤

가슴으로 울고 기도하셨겠습니까.

누군가 대신 아파줄 수 없는

부모의 마음 앞에서

얼마나 깊은 눈물의 시간을 지나오셨겠습니까.

그러나 두 분은

그 아픔을 원망으로 키우지 않으셨습니다.

외려

세상의 아픈 사람들을 품는 사랑으로

조용히 바꾸어내셨습니다.

그래서 《해오름》의 커피 향에는

단순한 향기 이상의 것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누군가의 눈물을 오래 안아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따뜻함이 스며 있습니다.

사모님의 환한 미소는

햇살처럼 사람의 마음을 녹이고

목사님의 조용한 눈빛은

말보다 먼저 사람의 영혼을 안아줍니다.

두 분 곁에 오래 머물다 보면

사람은 문득 깨닫게 됩니다.

천국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끝까지 품어주는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을.

《해오름》을 다녀간 사람들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이

사람의 사랑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부디 두 분의 삶 위에

오늘도 조용한 햇살이 오래 머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두 분이 세상에 내어주신

그 따뜻한 사랑이

지친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오래도록 해처럼 떠오르기를 기도드립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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