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한 편의 시가 되는 곳 ― 김청 시인의 고성 월평6길 23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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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한 편의 시가 되는 곳
― 김청 시인의 고성 월평6길 23
집에도 성격이 있습니다.
어떤 집은 부를 자랑하고,
어떤 집은 세련됨을 드러냅니다.
아주 드물게,
집이 한 사람의 문학을 대신 말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남 고성 월평6길 23번지.
아주 오래전 공룡이 걸어 다녔다는 땅 위에
김청 시인의 집이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닙니다.
한 시인이 평생 모아온 생각들이
지붕이 되고,
한 작가가 품어온 그리움들이
담장이 된 곳입니다.
봄이면 연둣빛 바람이 마당을 지나고,
여름이면 녹음이 짙어져
집 전체가 숲의 숨결 속으로 스며듭니다.
가을이면 햇살이 익어가고,
겨울이면 적막마저 풍경이 되어
창가에 조용히 앉습니다.
사계절은 이 집의 손님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함께 살아온 가족처럼 드나듭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한 폭의 수채화가 땅 위에 내려앉은 듯합니다.
지금은 여름입니다.
햇살은 푸른 잎사귀마다 머물고,
잔디는 누군가의 손길을 자랑하기보다
자연과 어울리는 법을 먼저 배운 듯
편안하게 마당을 채우고 있습니다.
담쟁이는 붉은 지붕을 향해
느린 걸음으로 계절을 오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시인이 한 줄의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세월을 타고 오르는 모습과도 닮았습니다.
길섶에는 수국이 피어 있습니다.
누가 줄을 세운 것도 아니고,
누가 모양을 강요한 것도 아닙니다.
꽃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피어나
자유라는 이름을 꽃잎에 새기고 있습니다.
꽃잔디 또한 그렇습니다.
작은 몸으로 땅을 품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습니다.
좋은 문학이 그렇듯,
소리보다 향기로 남고,
주장보다 여운으로 남습니다.
대문 곁에 높이 세워진 태극기는
이 집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태극기는 하늘과 대화를 나눕니다.
그 깃발은 장식이 아닙니다.
조국을 사랑하는 한 작가의 마음이
천 위에 새겨진 언어입니다.
하여,
김청 시인의 시와 수필을 읽다 보면
종종 이 집이 떠오릅니다.
문장 속에 꽃이 피고,
행간마다 바람이 지나가며,
사이사이로 흙냄새와 풀 향기가 번집니다.
그의 글에는 자연이 배경으로 서 있지 않습니다.
자연이 곧 문장이 되고,
풍경이 곧 사유가 되며,
계절이 곧 철학이 됩니다.
어쩌면 김청 시인은 집에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집 자체가 이미 한 편의 시이고,
마당 자체가 이미 한 권의 수필집이며,
사계절이 번갈아 넘겨주는 페이지 위에
문장을 덧입히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공룡의 발자국이 잠들어 있는 오래된 땅 위에서,
푸른 나무와 꽃들,
붉은 지붕과 태극기,
그리고 한 사람의 문학이 함께 숨 쉬고 있는 곳.
경남 고성 월평6길 23번지.
그곳은 그저 주소가 아닙니다.
한 시인의 영혼이 계절과 동거하며
조용히 익어가는,
한 폭의 수채화가
오늘도 바람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