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윤계 손현수 시인의 시 《어느 한 신사》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윤계 손현수 시인의 시 《어느 한 신사》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어느 한 신사

시인 윤계 손현수

그 사람 눈 동자에는

향기로 빛이 납니다

그 사람 음성에는 온화한 향기로

따뜻하게 들립니다

그 사람 은발은

바람이 불면

찰랑찰랑 흩어져 멋스럽게 팔락입니다

그가 웃는 입 언저리엔 향기가 가득 보입니다

그의 몸짓은 아름다운 향기로 전해옵니다

그 사람 체형에는 온통

고운 향기로 배어 있습니다

세상에서

처음 보는 사람, 사랑하는 그 사람

그 사람의 향기가 여기와서 앉아

있습니다

향기로 걸어오는 한 사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윤계 손현수 시인의 《어느 한 신사》는 한 사람을 노래하는 시이면서도, 인간의 품격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를 묻는 서정시이다.

이 시를 읽고 있노라면 불현듯 한 가지 궁금증이 피어난다. 과연 이 신사는 현실 속에 존재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시인의 마음이 오랜 세월 다듬어 빚어 낸 이상적 인간상일까. 시는 그 물음에 끝내 대답하지 않는다. 그 침묵 덕분에 독자는 한 사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리워하는 가장 아름다운 인간을 떠올리게 된다.

시인은 사람을 눈으로 그리지 않는다.

향기로 그린다.

눈동자는 빛을 내고, 음성은 향기를 머금으며, 은발은 바람을 입고, 웃음은 꽃잎처럼 번져 나간다. 몸짓마저 향기가 된다는 발상은 육체를 영혼으로 번역하는 시적 상상력이다. 눈에 보이는 형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인품을 향기로 형상화한 것이다.

향기는 붙잡을 수 없다. 소유할 수도 없다.

다만 스며들 뿐이다. 시인이 반복하여 ‘향기’를 호출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진정한 신사는 화려한 옷차림이나 높은 지위가 아니라, 곁에 머문 뒤에도 오래 남는 향기 같은 인격임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 구절은 아름답다.

“그 사람의 향기가 여기 와서 앉아 있습니다.”

향기가 앉는다는 표현은 논리의 언어가 아니라 시의 언어이다. 향기는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마음 한가운데 자리를 잡는다. 그 순간 향기는 공기가 아니라 기억이 되고, 사랑이 되며, 기다림이 된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가장 또렷한 실재로 변하는 순간이다.

이 작품에는 격렬한 사랑의 고백도, 눈물겨운 이별도 없다. 그럼에도 시 전체에는 잔잔한 설렘이 흐른다. 그것은 사람을 사랑하기 이전에 그 사람의 품격을 먼저 사랑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육체보다 인품을, 외모보다 향기를 먼저 바라보는 시선은 오늘처럼 속도가 미덕이 된 시대일수록 더욱 귀하게 다가온다.

윤계 손현수 시인은 한 사람을 한 송이 꽃으로 그리지 않았다. 외려 계절이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 공기의 향기로 남겨 두었다. 꽃은 시들지만 향기는 기억 속에서 다시 피어난다. 그 향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 앞에 서게 된다.

좋은 시는 사람을 감탄하게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을 닮고 싶게 만든다.

《어느 한 신사》는 한 사람을 예찬하는 시가 아니다. 인간의 품격은 타인의 마음에 남는 향기라는 사실을, 가장 부드럽고도 우아한 언어로 들려주는 한 편의 향기로운 인문학이다.

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