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흐르는데 사람은 왜 머무는가 ― 우병기 시인의 「세상」 을 읽다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세상은 흐르는데 사람은 왜 머무는가 ― 우병기 시인의 「세상」 을 읽다 202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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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시인 우병기
물은 물 따라 흐르고
바람은 바람 따라
구름은 구름 따라 흘러가는데 느리거나 빠르거나 늘
더불어 흘러가는데
사람들은 달라
난사람 든사람은 끼리끼리 가고 된사람은 사방천지 찾기조차 어려워 마냥 서글퍼라
석양빛 등에 걸친
나그네여
왜 그런지 그대는 아시겠는가 그러려니 하고
그냥 휩싸여 늙어가면 되는 것인가
약삭빠른 사람들이 모여서 가네 천태만상 세월이 제멋대로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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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흐르는데 사람은 왜 머무는가
― 우병기 시인의 「세상」 을 읽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우병기 시인의 시 「세상」 은 화려한 수사나 난해한 상징으로 독자를 압도하는 시가 아니다. 외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를 통하여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 사회의 민낯을 담담하게 비추어 보인다. 그 담백함 속에 오래 삭힌 인생의 성찰이 스며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읽을수록 깊이를 더하는 시다.
시는 물과 바람, 구름이라는 자연의 질서에서 출발한다. 물은 물의 길을 따르고, 바람은 바람의 길을 따르며, 구름 또한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다. 빠름과 느림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서로의 흐름을 부정하지 않는다. 자연은 경쟁하지 않고 공존한다. 우병기 시인은 자연을 통해 인간이 오래전에 잃어버린 삶의 원형을 제시한다.
반면,
인간의 세계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난사람, 든사람은 끼리끼리 가고, 된사람은 사방천지 찾기조차 어렵다.”
이 한 구절은 이 작품의 중심축이다. 시인은 사회적 능력이나 지위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참된 인품을 갖춘 ‘된사람’이 점점 희귀해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물질은 풍요로워졌지만 인격은 메말라 가는 시대, 사람은 많지만 사람다움은 점점 귀해지는 시대를 짧은 언어로 압축해 낸다.
후반부의 “석양빛 등에 걸친 나그네”는 더욱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는 단순한 여행자가 아니라 황혼을 향해 걸어가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시인은 삶의 끝자락에서 묻는다. 왜 세상은 이렇게 되었는가. 그저 “그러려니” 하며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늙어가는 것이 삶의 전부인가.
이 질문은 독자를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마지막 연은 이 시의 정서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약삭빠른 사람들이 모여서 가네 / 천태만상 세월이 제멋대로 가네.”
여기에는 분노보다 허무가, 비판보다 연민이 스며 있다. 시인은 세상을 단죄하지 않는다. 다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양심과 품격을 바라보며 깊은 탄식을 내놓는다. 그 절제된 슬픔이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다.
이 시는 거창한 철학을 말하지 않는다. 자연과 인간을 나란히 세워 놓고, 어느 쪽이 더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는지를 조용히 대비할 뿐이다. 그 단순한 대비는 오늘의 문명을 향한 묵직한 성찰로 이어진다. 자연은 함께 흐르는데 인간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잊어버렸다는 사실이 독자의 가슴을 오래 두드린다.
우병기 시인의 「세상」 은 세상을 향한 비판의 시이면서 동시에 사람다움을 향한 그리움의 시이다. 이 작품은 인간이 무엇을 더 가져야 하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무엇을 다시 회복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이 시가 남기는 울림은 하나다.
세상은 끝없이 변한다.
허나, 사람의 품격만큼은 시대의 유행을 따라 흘러서는 안 된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 바다를 이루고, 바람은 서로 어우러져 계절을 만들며, 구름은 하늘을 나누지 않는다. 자연은 오래전부터 함께 살아가는 법을 실천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잊은 것은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었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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