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ㅡ청람 김왕식
오디세이 2026.08.12
■
오디세이
청람 김왕식
바다는
길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람이 지나간 뒤
잠시 물결 하나
접힐 뿐이다
젊은 날에는
먼 곳에 답이 있을 줄 알았다
수평선 너머에
아직 만나지 못한 나 하나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배를 띄웠다
꿈 몇 자루
사랑 하나
돌아올 날을 모르는
젊음 한 채 싣고
바다는
쉽게 길을 내주지 않았다
폭풍은
돛보다 먼저 마음을 찢었고
섬마다
머물고 싶은 저녁이 있었다
달콤한 노래도 들었다
여기쯤이면 되었다고
더 가지 않아도 된다고
삶은 충분히 고단했으니
이제 그만
닻을 내리라고
허나
사람에게는
머무는 것보다 더 아픈 일이 있다
가야 할 곳을 남겨 둔 채
편안해지는 일이다
몇 번의 바다가
내 안을 지나갔다
벗을 잃고
사랑을 잃고
끝내는
젊었던 나마저
어느 항구에 두고 왔다
돌아오는 길에는
가져온 것이 별로 없었다
금도 없고
승리도 없고
세상에 자랑할
지도 한 장 없었다
손에는
소금기만 남았고
얼굴에는
바람이 오래 써 놓은
주름 몇 줄.
그제야
먼 항해의 끝이 보였다
처음 떠났던 집.
낡은 문 하나,
기다림에 닳아진 돌계단
아직도
나를 알아보는
저녁 불빛 하나
세상을 한 바퀴 돌아서야
사람은 겨우
자기가 떠난 곳이
어디였는지를 본다
오디세이는
먼 곳으로 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수많은 나를 잃어가며
처음의 나에게
돌아오는 일
오늘도
어딘가에서
한 사람이
제 생의 바다를 건넌다
배는 낡고
별은 멀다
그래도
노를 놓지 않는다
삶이란 끝내
도착하는 일이 아니라
돌아갈 곳을
잃지 않는 항해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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