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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왔는데 ㅡ청람

처서가 왔는데 ㅡ청람 2026.08.24
처서가 왔는데 ㅡ청람

처서가 왔는데

매미는 아직

여름의 월세를 밀리지 않았다고 운다

햇볕은

퇴거 명령서를 받아 들고도

대문 앞에서 신발을 벗지 않는다

바람만 먼저

가을 쪽으로 주소를 옮겼다

논두렁 끝

잠자리 몇 마리

하늘의 체온계를 물고 날아다닌다

처서는 왔는데

여름은 제 이름을 지우지 못하고

나뭇잎 뒤편에

뜨거운 지문을 남겨둔다

귀뚜라미는 밤마다

빈방을 재어 본다

가을이 들어올 자리에

얼마나 많은 여름을

덜어내야 하는지

계절도 사람처럼

떠난다고 말한 뒤

며칠쯤 더 머문다

처서가 왔는데

가장 먼저 서늘해진 것은

바람이 아니라

끝까지 뜨겁게 살 수 없다는

시간의 이마였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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