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처서가 왔는데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처서가 왔는데 2026.08.25
처서가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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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왔는데

매미는 아직

여름의 월세를 밀리지 않았다고 운다

햇볕은

퇴거 명령서를 받아 들고도

대문 앞에서 신발을 벗지 않는다

바람만 먼저

가을 쪽으로 주소를 옮겼다

논두렁 끝

잠자리 몇 마리

하늘의 체온계를 물고 날아다닌다

처서는 왔는데

여름은 제 이름을 지우지 못하고

나뭇잎 뒤편에

뜨거운 지문을 남겨둔다

귀뚜라미는 밤마다

빈방을 재어 본다

가을이 들어올 자리에

얼마나 많은 여름을

덜어내야 하는지

계절도 사람처럼

떠난다고 말한 뒤

며칠쯤 더 머문다

처서가 왔는데

가장 먼저 서늘해진 것은

바람이 아니라

끝까지 뜨겁게 살 수 없다는

시간의 이마였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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