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말은 다리이기도 하고 벽이기도 하다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말은 다리이기도 하고 벽이기도 하다 2025.09.22
말은 다리이기도 하고 벽이기도 하다

말은 다리이기도 하고 벽이기도 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말은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다. 말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기도 하고, 그 사이를 가로막는 벽이 되기도 한다. 어떤 말은 강을 건너게 하고, 어떤 말은 앞을 가로막는다. 말은 다리이기도 하고 벽이기도 하다.

다리 같은 말은 마음과 마음을 연결한다. 이해와 존중, 격려와 위로가 담긴 말은 서로의 거리를 좁히고, 발걸음을 이어준다. 다리가 없으면 강을 건널 수 없듯, 관계 속에서도 다리 같은 말이 없으면 마음을 건널 수 없다. 결국 신뢰는 다리 같은 말 위에서만 자란다.

벽 같은 말은 마음을 가로막는다. 비난과 조롱, 무시와 경멸이 담긴 말은 순식간에 벽을 세운다. 그 벽은 낮은 담장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여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 성벽이 된다. 한순간의 말이 평생의 거리감을 만들기도 한다. 벽 같은 말은 상대를 밀어내고, 결국 자신을 고립시킨다.

다리 같은 말과 벽 같은 말의 차이는 의도와 태도에서 비롯된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나온 말은 다리가 되고, 자신만을 내세우려는 마음에서 나온 말은 벽이 된다. 말의 구조는 입술에서 결정되지만, 말의 재료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다리 같은 말이 세상을 바꿨다. 화해와 평화를 외친 지도자의 언어는 적대하던 이들을 잇는 다리가 되었고, 증오와 혐오를 선동한 언어는 민족과 공동체 사이에 두꺼운 벽을 세웠다. 말은 건축가가 설계한 다리만큼이나 공들여야 하고, 돌을 쌓아 만든 벽만큼이나 무겁게 다가온다.

우리의 삶에서도 이 원리는 선명하다. 직장에서 상사의 “믿고 맡긴다”는 말은 다리가 되어 협력의 길을 열고, “넌 항상 부족하다”는 말은 벽이 되어 협력의 길을 막는다. 가정에서도 “네가 있어 힘이 된다”는 말은 다리가 되지만, “넌 왜 항상 그러니”라는 말은 벽을 세운다. 결국 말은 매 순간 다리를 놓을 수도, 벽을 세울 수도 있다.

다리 같은 말을 하기 위해서는 성급함을 다스려야 한다. 다리는 신중한 설계와 튼튼한 기둥 위에 세워지듯, 다리 같은 말도 신중한 사고와 따뜻한 마음에서 세워진다. 벽 같은 말을 줄이려면 마음의 두려움과 질투를 비워야 한다. 벽은 불안에서 비롯되고, 다리는 신뢰에서 비롯된다.

말은 다리이기도 하고 벽이기도 하다. 내가 하는 말이 상대에게 다리가 될지, 벽이 될지는 순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다리 같은 말은 세상을 잇고, 벽 같은 말은 세상을 가른다. 결국 어떤 세상을 살고 싶은지는 내가 어떤 말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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