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냄새 ― 사라진 것들이 남기는 가장 오래된 흔적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시간의 냄새 ― 사라진 것들이 남기는 가장 오래된 흔적 20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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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냄새 ― 사라진 것들이 남기는 가장 오래된 흔적
시간에도 냄새가 있다. 낡은 책장 속에서, 오래된 옷장 속에서, 혹은 편지 한 장의 구석에서 문득 피어오르는 냄새가 있다. 그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기억으로 변한 시간의 숨결이다.
봄날의 햇살에 말리던 이불 냄새, 비 오는 날 마룻바닥의 흙내, 어머니 손끝에서 배어 나오던 들기름 향기. 그 냄새들은 지금도 내 마음 어딘가에서 산다. 냄새는 소리보다 느리게, 빛보다 깊게 시간을 스민다.
가끔 낯선 골목을 지나다 익숙한 냄새 하나가 코끝을 스친다. 그 순간, 잊었던 얼굴이 떠오르고 멀어진 시간들이 다시 걸어온다. 냄새는 과거의 문을 여는 가장 조용한 열쇠다.
시간은 냄새로 자신을 남긴다. 새 교과서의 잉크 냄새엔 설렘이, 병원 복도엔 불안이, 오래된 교회 벤치엔 기도의 향이 깃들어 있다. 그 모든 향이 삶의 단층처럼 겹겹이 쌓여 오늘의 나를 만든다.
문득, 오래된 코트에서 누군가의 체온이 남은 냄새가 스며온다. 그건 슬픔이 아니라 그리움이다. 사람은 떠나도, 냄새는 남는다. 시간은 그렇게, 향기로 기억된다.
시간의 냄새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것은 마음이 숨 쉬는 방식이다. 기억은 시들어도, 향은 남는다. 그 향이 남아 있을 동안 사랑도 여전히 살아 있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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