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불의 계절, 기도의 손

불의 계절, 기도의 손 2025.03.30

html불의 계절, 기도의 손 BEGIN STRUCTURED_DATA END STRUCTURED_DATA 불의 계절, 기도의 손

한 아이가 무릎 꿇는다.

세상은 무너지고 있었다.

정치의 혀는 서로를 찢으며,

경제의 심장은 뿌리째 흔들리고,

하루하루 살아 있는 것이 기적인 시대.

그리고 산불.

산 하나가 타오르고,

마을이 타고,

사람들의 기억이 타고,

마침내 하늘마저 붉게 물든다.

모든 것이 타는 그 자리,

모두가 등을 돌린 그 순간—

그 소녀는, 한없이 작은 몸으로

세상의 무게를 짊어진 듯

조용히, 아주 조용히,

두 손을 모아 무릎을 꿇었다.

그 손엔 무엇이 들렸을까.

검은 재를 움켜쥔 손바닥일까.

부서진 희망을 꿰매려는 실밥일까.

아니면, 단지 누군가의 안녕을 비는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일까.

사람들은 몰랐다.

그 조그만 손이

세상의 균열 틈을 막고 있다는 것을.

그 기도가

허물어진 마음의 무너진 벽을

조금씩 다시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연기 속에서도,

붉게 물든 하늘 아래에서도,

그 기도는 작게, 그러나 또렷하게 퍼져나갔다.

한 마디도 들리지 않았지만

모든 이의 가슴을 울리는 말들이었다.

“하나님, 제발 이 세상을 잊지 말아 주세요.”

그 속에 담긴 절절한 염원은

이념을 뛰어넘고, 이익을 지우고,

모든 차이를 지우며

산처럼, 물처럼, 바람처럼 퍼져나갔다.

기도는 계속되었다.

불길이 잠잠해지기까지.

울음소리가 잦아들기까지.

잊힌 사람들의 이름이

다시 불려지기까지.

세상은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한 소녀의 기도는 뿌리처럼 남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전한다.

오늘도 어디선가,

또 다른 작은 손이

그녀처럼 무릎 꿇고

이 세상을 위해,

다시 한번 기도하고 있을 것이다. 공유하기게시글 관리청람 김왕식 PostListinCategory - START ‘같은 세상 다른 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다시 피어나는 오늘(0)2025.04.04한 뼘의 변화가 만드는 세상(2)2025.03.30잃은 것이 곧 얻은 것이다(1)2025.03.28나는 품격 있는 사람인가?(0)2025.03.28산이 부르는 소리, 바다가 남기는 지혜(0)2025.03.28 PostListinCategory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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