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잿빛 심장 위에, 나무 한 그루

잿빛 심장 위에, 나무 한 그루 2025.04.07

html잿빛 심장 위에, 나무 한 그루 BEGIN STRUCTURED_DATA END STRUCTURED_DATA 잿빛 심장 위에, 나무 한 그루 - 청람

하늘은 그날 입을 닫았다.

울음을 꾹 삼킨 구름들,

말 잃은 새떼가 허공에 머물고

능선은 마치 불길에 쫓기는 짐승처럼

서둘러 몸을 접었다.

숲은 함성도 없이 무너졌다.

타는 나무의 비명은

삶의 틈새마다 먹물처럼 번졌고

집 한 채, 시간 한 덩이, 이름 없는 하루가

재가 되어 흩어졌다.

창백한 대문을 열면

먼지보다 먼저 울음이 흘러든다.

벽에 걸린 그리움의 액자,

불타지 못한 한 줌의 기억은

여전히 타닥타닥 심장을 찔렀다.

텅 빈 마당, 무너진 식탁,

고양이를 부르던 그 목소리는

잿더미 아래 눌려 숨을 죽였다.

“살았으니 다행”이라는 말은

슬픔 앞에 놓인 허전한 방석 같았다.

불은 떠났지만,

그들의 심장엔 아직 불씨가 남아 있었다.

밤마다 타오르는 과거의 그림자들,

그 소리는 도무지 잠들 줄 몰랐다.

그래서 기도한다.

검게 그을린 가슴팍에도

언젠가 다시 피어날 푸른 이파리,

부서진 벽돌 위에 놓일 작은 평화,

그늘조차 머물 수 있는 지붕 하나.

이 산이 다시 푸르러질 때까지,

우리의 손이 그 뿌리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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