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눗방울
비눗방울 2025.04.11html비눗방울 BEGIN STRUCTURED_DATA END STRUCTURED_DATA 비눗방울
비눗방울은 가볍고 아름답다. 하늘로 날아오르다 어느 순간 조용히 사라지는, 아주 짧은 생명. 하지만 그 찰나의 반짝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손에 잡히지 않아도 사람들은 그 뒤를 따라 걷고, 웃고, 아쉬워한다. 비눗방울은 말한다. 영원하지 않기에 더 소중한 순간들이 있다고. 그 순간을 믿는 일이 삶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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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한가운데서 아이들이 비눗방울을 불고 있었다. 투명한 공들이 햇빛을 받아 형형색색으로 빛났다.
달삼은 그 장면을 잠시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스승님, 저 비눗방울은 금방 사라질 걸 알면서도… 왜 이렇게 예쁠까요?”
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걸음을 멈췄다.
“예쁘기 때문이 아니라, 곧 사라질 걸 알기 때문에 더 예뻐 보이는 거야. 사람 마음은 늘 영원한 것보다 덧없는 것을 더 애틋하게 여기지.”
“잡으려고 하면 터지고, 가만히 보면 날아가고… 사람 마음도 그런가요?”
“그렇지. 관계도, 기쁨도, 행복도… 너무 꼭 쥐면 금방 사라져. 비눗방울처럼, 그냥 바라보는 게 가장 오래 남는 법이지.”
아이들 중 한 명이 큰 방울을 만들어 올렸다. 그건 천천히 올라가다 나뭇가지에 닿아 터졌다.
달삼은 씁쓸하게 웃었다.
“저 아이는 방울이 오래 가길 바랐겠지만, 결국 금방 터졌네요.”
“하지만 웃었잖니. 그 아이는 알고 있었을 거야. 비눗방울은 터지기 위해 나는 거란 걸. 그 순간을 함께 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달삼은 조심스레 하나를 불었다. 방울은 손끝에서 피어나 날아오르다 바람에 실려 멀어졌다.
“스승님, 인생이란 게 혹시 비눗방울 같은 걸까요? 예쁘지만 짧고, 붙잡을 수 없는…”
스승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그 방울을 어떻게 불었는지를 기억하는 거야. 날렸다는 사실보다, 그 순간 눈빛과 웃음이 더 오래 남지.”
달삼은 방울이 터진 자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지네요.”
“그건 방울이 사라진 게 아니라, 네 마음속에 자리를 만든 거야. 비눗방울은 사라지기 위해 존재하지만, 흔적은 사람 안에 남거든.”
아이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고, 방울은 그만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햇살 아래, 투명한 잔상이 여전히 떠 있는 듯했다.
“스승님, 너무 빨리 사라지니 슬퍼요.”
“그래서 우리가 배워야 해. 삶은 영원한 게 아니라서, 지금 이 순간을 더 예쁘게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걸.”
달삼은 마지막으로 하나를 더 불었다. 그것은 바람을 타고 높이 떠오르다, 햇살 속에서 반짝이며 터졌다.
비눗방울은 오래 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 짧은 반짝임은 사람의 마음을 오래 머물게 한다.
달삼은 배웠다. 오래 남는 것은 형태가 아니라 순간의 감정이라는 걸.
그리고 인생에서 진짜 소중한 것들은 늘 잠깐 스쳐가기에, 오히려 더 진심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걸.
그날 달삼은 비눗방울을 붙잡지 않았다.
그 대신 마음을 활짝 열고, 그 찰나의 빛을 온전히 품었다.
공유하기게시글 관리청람 김왕식 PostListinCategory - START ‘말의 온도와 삶의 결 > 스승과 제자의 대화 - 실체의 추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연탄불(0)2025.04.11발자국(0)2025.04.11달빛(0)2025.04.11풍경소리(0)2025.04.11찻집(2)2025.04.11 PostListinCategory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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