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발자국 2025.04.11html발자국 BEGIN STRUCTURED_DATA END STRUCTURED_DATA 발자국
발자국은 걷는 자리가 아니라, 지나온 시간이다. 땅 위에 남긴 자국이지만, 마음속엔 더 깊은 흔적으로 새겨진다. 눈밭 위에, 모래 위에, 물가에 찍힌 자국들은 언제나 사라지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마음만큼은 오래 남는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목적지만큼 중요한 건, 그 길을 어떻게 걸었는가, 그리고 어떤 자국을 남겼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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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삼은 새벽녘 눈 내린 마당을 천천히 걸었다.
하얀 땅 위에 또렷이 찍히는 발자국들.
“스승님, 이렇게 보니 제 발자국이 좀… 조심스럽게 찍혀 있어요.”
스승도 한 발 한 발 따라 걸으며 말했다.
“그건 네 마음이 조심스럽다는 뜻이야. 발걸음은 마음을 속일 수 없거든. 누군가의 길을 보면, 그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보이게 마련이지.”
달삼은 뒤돌아봤다.
자신의 발자국, 그리고 스승의 발자국이 나란히 남아 있었다.
“스승님 발자국은 깊고 또렷해요. 마치 늘 흔들림 없이 걸어오신 것처럼요.”
스승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란다. 나도 흔들렸지. 다만 흔들릴수록 더 깊이 딛으려 했을 뿐이야. 발자국이 깊다는 건, 무거웠다는 뜻이기도 해.”
눈 위에선 소리도 조용했다.
두 사람은 한참을 걷다 멈췄다.
“스승님, 발자국은 결국 사라지잖아요. 눈이 녹거나,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거야. 사라질 걸 알면서도 걷는 것. 남기려는 게 아니라, 걷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거지.”
달삼은 눈을 내려다보았다.
“가끔은 아무 자국도 남기지 않고 싶을 때가 있어요. 너무 드러나는 게 부담스럽고, 실수한 흔적도 남기기 싫고요.”
스승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완벽한 길이란 건 없어. 때로는 비틀거린 자국이 더 사람다운 거야. 중요한 건 얼마나 똑바로 남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진심으로 걸었느냐지.”
잠시 후, 달삼은 스승의 발자국 위에 자신의 발을 겹쳐 보았다.
딱 맞지는 않았지만,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담겼다.
“스승님, 언젠가는 저도 누군가의 길이 될 수 있을까요?”
“이미 되고 있지 않니. 누군가 네 발자국을 보고 안심할지도 몰라. ‘이 길에도 사람이 있었구나’ 하고 말이야.”
해가 떠오르고, 눈 위의 빛이 점점 변했다.
달삼은 문득, 지나온 자기 발자국을 천천히 따라 돌아보았다.
“스승님, 길 위엔 늘 흔적이 남는다는 게 참 묘해요. 사라져도, 남아도 다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건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 아무 자국도 남지 않았다면, 걷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지.”
발자국은 사라지기 위해 남겨지는 흔적이다.
그러나 그 자국이 있었던 자리엔 늘 마음이 먼저 닿아 있었다.
달삼은 배웠다. 남기려는 마음보다, 진심으로 걷는 발걸음 하나가 더 깊은 울림을 준다는 걸.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 그 자국을 따라 길을 찾게 되기를 소망했다.
그 길이 바르지 않아도 좋다. 단지 따뜻했기를, 그러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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