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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불

연탄불 2025.04.11

html연탄불 BEGIN STRUCTURED_DATA END STRUCTURED_DATA 연탄불

연탄불은 조용히 오래 타오른다. 겉으론 그을음뿐이지만, 속은 누구보다 뜨겁다. 함부로 만지면 데이고, 가까이 오래 두면 방 안이 온기로 가득 찬다. 눈에 띄지 않지만 존재감은 확실한 불. 그래서 연탄불은 말 없는 다정함의 상징이다. 정작 자신은 검게 타 들어가면서도 누군가를 따뜻하게 해주는, 오래된 사랑의 모양이다.

■□

겨울 오후, 두 사람은 다락방 같은 작은 골방에 앉아 있었다.

한쪽 구석에서 연탄난로가 은근히 타오르고 있었다.

그 열기가 방 안을 부드럽게 데우고 있었고, 쇠난로 위에는 감자 몇 알이 익어가고 있었다.

달삼은 연탄의 붉은 심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스승님, 이 불은 참 조용하네요. 활활 타오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꺼지지도 않고… 묘한 힘이 있어요.”

스승은 무릎 위로 손을 얹고 조용히 말했다.

“연탄불은 말보다 온기가 먼저지. 큰 불꽃은 없어도, 곁에 있으면 마음이 놓여.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니?”

달삼은 작게 웃었다.

“예전에는 장작불처럼 화려하고 강렬한 게 좋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이렇게 은근한 불이 더 좋아요.”

“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야. 보여주기 위한 불은 쉽게 꺼지고, 남을 데우기 위한 불은 오래 가. 연탄불은 스스로 타면서도, 타오르고 있다는 걸 자랑하지 않아.”

달삼은 연탄 위에 손을 살짝 대보려다 멈췄다.

“스승님, 그런데 이 연탄은 언젠가는 다 타버릴 텐데요?”

“그래. 그래서 사람도 연탄불처럼 살아야 해. 언젠가 사라질 걸 알면서도, 누군가를 위해 조용히 타오르는 삶. 그것이 가장 다정한 존재 방식이지.”

잠시 감자가 익는 소리만 들렸다.

달삼은 난로 위에 놓인 집게를 들어 연탄의 재를 살짝 털었다.

“스승님, 이렇게 꺼지지 않게 가끔은 손봐줘야 하네요. 그냥 내버려두면 꺼져버리는 불이에요.”

“사람 사이의 정도 그래. 말없이 지켜주되, 가끔은 작은 손질이 필요하지.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말 없는 다정함으로.”

달삼은 익은 감자 하나를 접시에 옮기며 말했다.

“이 불 없었으면, 방도 춥고, 감자도 못 먹고… 그저 검고 못생긴 덩어리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달라 보여요.”

“검게 보이지만 속은 누구보다 뜨겁지. 연탄불은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 없어. 오히려 속을 알아주는 사람에게만 온기를 주는 존재야.”

창밖에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방 안은 따뜻했고, 두 사람의 말은 더 천천히 익어갔다.

“스승님, 언젠가 저도 누군가에게 이런 연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이미 되고 있지 않니.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한겨울의 난로가 될 수 있어.”

달삼은 감자를 나누어 접시에 담고, 스승에게 조용히 건넸다.

“이 따뜻함,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스승은 그 접시를 받으며 말했다.

“그게 연탄불이 하는 일이야. 사라진 후에도, 남아 있는 따뜻함을 남기는 것.”

연탄불은 타오르며 자신을 태우고, 그 온기로 방을 데운다.

달삼은 배웠다. 말 없는 사랑이 가장 깊은 위로가 된다는 걸.

사라짐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따뜻함으로 남고자 하는 태도.

그 조용한 다정함 속에, 삶의 본질이 숨어 있었다.

그날 저녁, 연탄은 다 타버렸지만 방 안엔 여전히 온기가 남아 있었다.

말은 없었지만, 그것이 사랑이었다.

공유하기게시글 관리청람 김왕식 PostListinCategory - START ‘말의 온도와 삶의 결 > 스승과 제자의 대화 - 실체의 추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풍금(0)2025.04.11도시락(0)2025.04.11발자국(0)2025.04.11비눗방울(0)2025.04.11달빛(0)2025.04.11 PostListinCategory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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