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도시락 2025.04.11html도시락 BEGIN STRUCTURED_DATA END STRUCTURED_DATA 도시락
도시락은 작은 마음의 상자다. 크지 않아도 정성은 가득하고, 내용이 단순해도 진심은 깊다. 뚜껑을 열기 전부터 설레고, 다 먹고 난 후에도 여운이 남는다. 누군가를 위해 준비된 밥 한 끼, 그 안엔 말보다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 도시락은 그래서 음식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방식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한 끼가, 인생 전체를 기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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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이 따뜻한 날, 달삼은 낡은 보자기에 싸인 도시락 하나를 풀고 있었다.
뚜껑을 열자 고슬고슬한 밥과 계란말이, 멸치볶음이 정갈하게 들어 있었다.
“스승님, 이 도시락은 어머니가 싸주셨어요. 특별한 반찬은 없지만… 왠지 먹기 전에 마음이 먹먹해져요.”
스승은 천천히 그 도시락을 바라보며 말했다.
“도시락은 재료보다 손길이 먼저야. 누군가가 너를 위해 새벽에 일어나 준비했다는 사실, 그게 이미 큰 사랑이지.”
달삼은 숟가락을 들고 멈칫했다.
“이 밥알 하나하나에 어머니가 얼마나 마음을 쏟았을지, 문득 상상하게 돼요.”
“도시락은 말 없는 편지야. ‘잘 다녀와라, 몸 조심해라, 오늘도 힘내라’ 같은 말들이 밥 위에 조용히 눌어 있는 거지.”
한 숟갈 떠먹고 나자, 어릴 적 소풍날 기억이 떠올랐다.
삐뚤빼뚤한 김밥, 계란이 흘러내린 도시락, 친구들이 부러워하던 도시락보다, 내 도시락을 자랑스럽게 느끼던 날들.
“스승님, 도시락은 작지만 따뜻한 세계 같아요. 열자마자 마음이 데워지는 느낌이에요.”
스승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건 도시락이 네 안의 기억을 데우기 때문이지. 추억은 따뜻한 음식처럼, 시간이 지나도 다시 끓여낼 수 있는 거니까.”
잠시 후, 달삼은 도시락을 반쯤 비우고 스승께 말했다.
“요즘은 편의점 도시락처럼 간편한 게 많지만, 저는 이런 손수 싼 도시락이 더 좋아요.”
“간편한 것엔 마음이 덜 담기지. 손으로 싸고, 덮고, 묶은 그 시간 속에 말로 못한 사랑이 숨어 있어. 그런 정성은 급하게 만들어지지 않아.”
달삼은 도시락 뚜껑을 덮고 조용히 말했다.
“이 도시락을 먹는 것만으로도, 저라는 사람이 귀한 존재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게 도시락의 힘이야. 먹는 사람보다 만드는 사람의 사랑이 더 크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것.”
햇살이 더 깊어지고, 풀잎 사이로 바람이 흘렀다.
달삼은 다시 도시락 뚜껑을 열고 마지막 한 숟갈을 떠올렸다.
“스승님, 언젠가 저도 누군가를 위해 도시락을 싸주고 싶어요. 사랑을 말보다 밥으로 전하고 싶어서요.”
스승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누군가를 먹여주는 사람이 된다는 건, 그 사람의 삶을 함께 살아주는 일이기도 해. 그건 아주 깊은 사랑이지.”
도시락은 먹는 음식이 아니라, 품은 마음이다.
달삼은 배웠다. 작고 소박한 한 끼에도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는 걸.
그리고 누군가에게 밥을 싸준다는 건, 그 사람의 하루를 다정하게 안아주는 일이라는 걸.
그날 도시락은 비워졌지만, 마음엔 오래도록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공유하기게시글 관리청람 김왕식 PostListinCategory - START ‘말의 온도와 삶의 결 > 스승과 제자의 대화 - 실체의 추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화롯불(0)2025.04.12풍금(0)2025.04.11연탄불(0)2025.04.11발자국(0)2025.04.11비눗방울(0)2025.04.11 PostListinCategory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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