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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호미 202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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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는 가장 작고도 가장 가까운 농기구다. 한 손에 쥐고 허리를 굽혀 흙을 뒤적이며 잡초를 뽑고, 씨를 틔울 자리를 만든다.

크지도, 번쩍이지도 않지만, 생명을 손끝에서 일구는 도구다.

호미질 하나에 담긴 것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다. 땅을 믿고, 시간을 기다리며,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이다.

그래서 호미는 작지만, 진심이다.

■□

해가 기울기 시작한 어느 오후, 두 사람은 밭 가장자리에 앉아 호미를 갈고 있었다.

달삼은 날이 닳은 호미를 살펴보며 말했다.

“스승님, 이 호미는 많이 쓰였네요. 손잡이도 닳고, 날도 무뎌졌어요.”

스승은 손끝으로 나무 손잡이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래야 진짜 호미지. 쓰이지 않는 도구는 반짝이기만 할 뿐, 밭 한 평도 갈지 못하거든.”

달삼은 조심스레 잡초를 뽑으며 호미질을 시작했다.

“호미질, 생각보다 어렵네요. 힘을 잘못 주면 흙이 갈리지도 않고, 뿌리만 끊겨요.”

“그래서 손보다 마음을 써야 해. 흙을 아프지 않게 파고드는 건 손끝의 기술보다도 애정이 먼저야.”

달삼은 잠시 멈추고 호미를 내려다봤다.

“스승님, 이 작은 도구 하나로 밭을 다 가꾼다는 게 대단해요. 기계도 없던 시절엔 다 이렇게 했던 거잖아요?”

“그때 사람들은 호미를 도구가 아니라 손의 연장처럼 썼지. 하루하루 흙을 뒤집으며 살아간다는 건, 고단하지만 뿌듯한 일이었어.”

달삼은 조용히 물었다.

“스승님, 사람도 호미 같을 수 있을까요? 크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로.”

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가장 단단한 삶이지. 번쩍이는 칼보다, 흙 묻은 호미처럼 남의 자리 조금씩 갈아주는 사람이 되면 그걸로 족해.”

바람이 불어와 밭고랑을 지나고, 호미질 소리만 조용히 들려왔다.

달삼은 말했다.

“저도 지금 제 삶을 호미처럼 다듬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조금씩, 서툴게, 하지만 진심으로.”

스승은 한참을 바라보다 말했다.

“그 마음이면, 네가 지나간 자리마다 반드시 싹이 날 거다. 호미는 흙을 헤집지만, 결국 생명을 일으켜 세우는 도구니까.”

호미는 땅과 가장 가까운 도구다.

달삼은 배웠다. 삶도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조심스레 헤집고, 기다림의 자리를 만드는 일이란 걸.

그날 저녁, 그는 호미를 갈아 다시 손에 쥐며 다짐했다.

나는 작아도, 진심이면 된다.

그 마음으로, 누군가의 땅 한 평을 조용히 갈아주는 사람이 되리라고. 공유하기게시글 관리청람 김왕식 PostListinCategory - START ‘말의 온도와 삶의 결 > 스승과 제자의 대화 - 실체의 추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가마솥(4)2025.04.12마중(0)2025.04.12화롯불(0)2025.04.12풍금(0)2025.04.11도시락(0)2025.04.11 PostListinCategory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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