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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 202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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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은 단순히 누군가를 데리러 나가는 일이 아니다.

먼저 마음을 건네고, 먼저 나서서 기다리는 일이다.

마중하는 이는 늘 앞서 걷지만, 그 걸음엔 재촉이 없고 환대만이 있다.

마중은 반가움보다 준비된 따뜻함이고, 말보다 큰 배려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마중 나온 사람을 만나는 순간, 그 사람은 이미 혼자가 아니게 된다.

■□

바람이 선선한 날, 달삼은 시내버스터미널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스승님, 기다리는 건 익숙한데… 마중 나와보는 건 어쩐지 낯설어요.”

스승은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중은 기다림의 다른 얼굴이지. 기다림이 제자리라면, 마중은 먼저 움직이는 마음이란다.”

“그런데요, 마중을 나가면 늘 앞서 있어야 하잖아요. 혹시 상대가 오지 않으면… 허탈하지 않을까요?”

“마중은 결과보다 태도의 문제야. 온다는 확신보다,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먼저 걷는 거니까. 실망보다 다정함이 앞서는 거지.”

달삼은 버스가 멀리서 들어오는 걸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저분들 보세요. 손에 꽃다발도 들고, 고개를 자꾸 내미는 게… 반가운 사람이 오나 봐요.”

스승은 부드럽게 웃었다.

“그게 마중의 모습이지. 기다리는 사람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는 사람의 피로를 덜기 위해 앞에 서는 거야.”

달삼은 물었다.

“스승님, 혹시 마중을 자주 받아보셨어요?”

“아니, 많지는 않았지. 오히려 마중을 나간 날들이 더 많았어. 그중엔 끝내 못 만난 날도 있었고.”

“그럼에도 마중을 계속하셨어요?”

“그래. 왜냐하면 마중은 누군가에게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주는 일이거든. 그건 도착보다 더 큰 위로가 돼.”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고, 사람들이 하나둘 내리기 시작했다.

달삼은 혹시 아는 얼굴이 있는지 두리번거리다 이내 고개를 숙였다.

“스승님, 제가 기다리던 사람은 이번 버스엔 없네요.”

“괜찮아. 마중은 실망을 감내하는 기다림이기도 해. 하지만 그 마음이 헛되지 않는 이유는,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밀었다는 데 있어.”

달삼은 조용히 말하며 웃었다.

“이 자리에 와서야 알겠어요. 마중은 누구보다 따뜻한 용기라는 걸.”

마중은 단순한 만남이 아니다.

누군가를 위해 내딛는 걸음이고, 도착보다 앞선 따뜻한 마음이다.

달삼은 배웠다. 기다림에도 능동적인 사랑이 있다는 걸.

그리고 먼저 마음을 내민 자리에 서 있을 때, 그 사람은 이미 온 세상 중 가장 다정한 자리에 서 있다는 걸.

그날, 누군가 오지 않아도 마중 나온 자신의 마음만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마음은 이미, 가장 먼 데까지 다녀온 셈이었다. 공유하기게시글 관리청람 김왕식 PostListinCategory - START ‘말의 온도와 삶의 결 > 스승과 제자의 대화 - 실체의 추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벽시계(0)2025.04.12가마솥(4)2025.04.12호미(0)2025.04.12화롯불(0)2025.04.12풍금(0)2025.04.11 PostListinCategory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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