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가마솥 2025.04.12html가마솥 BEGIN STRUCTURED_DATA END STRUCTURED_DATA 가마솥
가마솥은 서두르지 않는다.
단단한 쇠 안에 불을 담고, 시간을 안고 끓여낸다.
그 안에서 밥은 익고, 국은 깊어지고, 마음은 뜸을 들인다.
가마솥은 겉으론 무겁고 거칠지만, 속은 언제나 따뜻하고 풍성하다.
삶도 그렇다. 쉽게 끓지 않고, 오래 참아낸 것들이 결국 가장 깊은 맛을 낸다.
그래서 가마솥은 인내의 다른 이름이다.
■□
고요한 아침, 스승과 달삼은 장독대 옆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달삼은 마른 장작을 모아 넣으며 물었다.
“스승님, 요즘은 전기밥솥 하나면 금방 밥이 되는데… 왜 이렇게 번거로운 걸 고집하시죠?”
스승은 불을 천천히 쓸어 넣으며 대답했다.
“편리한 것이 나쁜 건 아니지만, 깊은 맛은 천천히 오는 법이지. 가마솥은 속까지 골고루 데우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담는 그릇이야.”
달삼은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뚜껑을 슬쩍 열었다.
“언제쯤 밥이 완성될까요? 냄새는 벌써 좋은데…”
“밥이 되려면 뜸이 필요하단다. 끓는다고 다 된 게 아니야. 끓이고 나서도 기다려야 해. 가장 맛있는 순간은 그 기다림 끝에 오지.”
달삼은 말없이 가마솥 위의 연기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밥의 냄새만이 아니라, 무언가 묵직한 시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스승님, 사람도 그렇겠죠? 겉으론 다 된 것 같아 보여도, 뜸이 안 들면 금방 퍼지거나 설익고…”
“그렇지. 삶의 깊이도 마찬가지야. 조급한 사람은 쉽게 끓지만 오래 가지 못하지. 진짜 단단한 사람은 조용히 익어가며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야.”
달삼은 생각에 잠긴 듯, 손을 가마솥 위로 뻗었다.
“뜨겁고 무겁고… 쉽게 다룰 수 없는 그릇이지만, 결국 가장 많은 사람을 먹이고 남는 게 가마솥이네요.”
“맞아. 가마솥은 중심을 지키는 그릇이야. 많은 것을 품고, 태우지 않으며, 끝까지 따뜻함을 남기는 존재.”
밥이 익고, 뚜껑을 여는 순간 증기가 퍼지며 고소한 냄새가 번졌다.
두 사람은 조심히 밥을 퍼내어 나무상 위에 놓았다.
“스승님, 이렇게 정성 들여 지은 밥은 그냥 먹기가 아까워요.”
“먹을 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정성과 기다림이 밥에 다 들어갔다는 증거란다. 그 마음까지 같이 먹는 거지.”
달삼은 첫 숟갈을 떠 입에 넣었다.
말없이 씹다가, 이내 고개를 들고 조용히 말했다.
“뜨겁고, 깊고… 한참을 씹어야 끝나는 맛이네요.”
스승은 잔잔히 미소 지었다.
“그게 바로 삶의 맛이기도 하지. 가마솥에 한 번 끓은 밥은 쉽게 식지 않아. 사람도 그러면 좋겠지.”
■
가마솥은 오래 걸려도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달삼은 배웠다. 진심을 품은 삶은 반드시 뜸이 필요하다는 걸.
겉만 뜨거운 것이 아니라, 속까지 익어야 비로소 사람도 밥도 완성된다는 걸.
그날, 가마솥에서 퍼낸 밥은 말보다 먼저 마음을 데워주었다.
그리고 달삼은 다짐했다.
끓는 것보다, 뜸 들일 줄 아는 삶을 살아가기로. 공유하기게시글 관리청람 김왕식 PostListinCategory - START ‘말의 온도와 삶의 결 > 스승과 제자의 대화 - 실체의 추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흑백사진(2)2025.04.12벽시계(0)2025.04.12마중(0)2025.04.12호미(0)2025.04.12화롯불(0)2025.04.12 PostListinCategory - END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