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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시계

벽시계 2025.04.12

html벽시계 BEGIN STRUCTURED_DATA END STRUCTURED_DATA 벽시계

벽시계는 늘 같은 자리에 있다.

다가가지 않아도, 말을 걸지 않아도, 묵묵히 시간을 알려준다.

울리지 않아도 흐르고, 눈에 띄지 않아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벽시계는 눈치 보지 않는 다정함이자, 하루를 잊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시간의 등불이다.

사람도 그런 존재가 있다. 늘 곁에서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함께 흘러주는 사람.

■□

달삼은 다락방 벽에 걸린 낡은 시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무테두리엔 먼지가 쌓였고, 숫자판은 바래 있었지만, 초침은 여전히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스승님, 저 시계는 몇십 년 됐을까요? 고장도 안 나고, 참 대단하네요.”

스승은 조용히 웃으며 대답했다.

“시간은 멈추지 않으니, 시계도 멈춰선 안 되지. 벽시계는 그 자리에 붙박인 채, 누구보다 많은 하루를 살아냈단다.”

달삼은 시계 아래로 다가가 초침을 바라보았다.

“스승님, 초침이 움직이는 걸 보고 있으면 묘하게 마음이 조급해져요. 계속 가고 있으니까요.”

“그 조급함도 시계의 역할이지.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일러주는 것이야.”

달삼은 조용히 말했다.

“가만히 걸려 있는데도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존재… 그게 벽시계군요.”

“맞아. 말은 하지 않지만, 매 순간을 살아내고 있지. 벽시계는 자기 자리를 벗어나지도 않고,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스승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하지만 벽시계도 이따금 멈출 때가 있어. 건전지가 닳거나 태엽이 풀릴 때. 그때는 누군가 손을 대줘야 해.”

달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람도 그렇겠네요.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안에서 다 닳아 있을 수 있고…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할 수 있고요.”

“그걸 알아봐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참 고마운 일이지. 벽시계는 혼자 멈춰 있는 걸 말하지 않으니까.”

달삼은 시계 아래 놓인 나무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스승님,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르게만 느껴질까요? 똑같이 흐르는데도 말이에요.”

“그건 마음이 급해서 그래. 벽시계는 늘 같은 속도로 가는데, 우리가 앞서 달리려 하니 시간이 도망가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초침은 여전히 일정한 간격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스승님, 저는 요즘 자꾸 시계를 보게 돼요. 무언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스승은 달삼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럴 땐 시계를 보지 말고, 지금 네가 있는 시간을 느껴보렴. 숫자보다 중요한 건, 그 시각에 네가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야.”

달삼은 초침 소리를 조용히 따라 들었다.

‘째깍, 째깍’

그 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어느새 마음도 조금 고요해졌다.

벽시계는 시간을 말하지 않는다. 그저 흐르고, 쌓이고, 지나간다.

달삼은 배웠다. 무심한 듯하지만 가장 정확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는 걸.

그리고 누군가 곁에서 말없이 흘러주는 존재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그날 벽시계 아래에서 들은 초침 소리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었다.

그건 지금을 살아가라는 조용한 명령이자, 다정한 응원이었다. 공유하기게시글 관리청람 김왕식 PostListinCategory - START ‘말의 온도와 삶의 결 > 스승과 제자의 대화 - 실체의 추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들길(0)2025.04.12흑백사진(2)2025.04.12가마솥(4)2025.04.12마중(0)2025.04.12호미(0)2025.04.12 PostListinCategory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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