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
흑백사진 2025.04.12html흑백사진 BEGIN STRUCTURED_DATA END STRUCTURED_DATA 흑백사진
흑백사진은 빛과 어둠만으로 세상을 담는다.
화려한 색이 없기에 오히려 감정이 더 선명하게 남는다.
주름진 웃음, 눈빛 속 고요한 결심, 손끝에 맺힌 떨림까지—흑백은 감추지 않는다.
사진이 아니라 마음의 기억으로 남는 기록.
그래서 흑백사진은 색을 잃는 대신, 시간을 품는다.
오래된 흑백 한 장엔, 사라진 얼굴보다 더 오래 남는 온기가 있다.
■□
작은 상자 안에서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나왔다.
달삼은 조심스럽게 사진을 꺼내어 들었다.
색이 바랜 얼굴들, 흐릿한 배경, 정돈된 자세.
“스승님, 이 사진 속 아이들이… 다 지금은 어른이 되었겠죠?”
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중엔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봐라, 웃는 표정은 지금도 생생하지 않니? 흑백은 마음을 오래 남겨주는 색이야.”
달삼은 손끝으로 사진의 구석을 따라 문질렀다.
“이건 제 할아버지 어릴 적 모습이래요. 그때는 웃을 일도 없었을 텐데, 사진 속에선 해맑네요.”
“어쩌면 그 웃음이 마지막 웃음일 수도 있었겠지. 그래서 흑백사진은 시간을 멈추게 만든다. 한순간을 영원처럼.”
달삼은 물었다.
“요즘은 컬러 사진이 당연한데, 흑백으로 찍으면 심심하다고들 해요. 그런데 왜 저는 이 흑백사진이 더 뭉클할까요?”
“색이 없으니 감정이 더 도드라지기 때문이지. 흑백은 배경보다 인물, 화려함보다 표정을 먼저 말해주거든.”
스승은 사진 속 할아버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흑백은 색을 빼는 대신, 진심을 더해. 세월이 지나도 감정은 그대로 남게 돼.”
달삼은 잠시 사진을 품에 안았다.
“이 사진을 보고 있자니, 제가 본 적 없는 사람인데도 그리운 마음이 들어요. 이상하죠?”
“흑백사진은 그리움을 낳는 틀이지. 실재보다 기억에 더 가까운 풍경. 그래서 자꾸 마음이 닿게 되는 거야.”
달삼은 조용히 말했다.
“이런 사진 한 장이 시간을 껴안고 있네요. 촬영된 그날의 공기, 분위기, 말들까지…”
“사진은 눈으로 보는 것이지만, 흑백은 마음으로 느끼는 거지. 색은 바래도 감정은 남는 법이야.”
햇살이 사진 위로 비쳤다.
흑백 사진 속 웃음은 빛을 받으며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
흑백사진은 말이 없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엔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달삼은 배웠다. 색이 사라진 자리엔 오히려 본질이 남는다는 걸.
사람도, 기억도, 꼭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그날 사진 한 장은 달삼의 마음을 오래 붙잡았다.
그리고 오래된 웃음 하나가 오늘을 다정하게 안아주었다. 공유하기게시글 관리청람 김왕식 PostListinCategory - START ‘말의 온도와 삶의 결 > 스승과 제자의 대화 - 실체의 추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안개(0)2025.04.12들길(0)2025.04.12벽시계(0)2025.04.12가마솥(4)2025.04.12마중(0)2025.04.12 PostListinCategory - END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