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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노을 202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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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은 해가 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퍼뜨리는 빛이다. 사라짐이 가까워질수록 더 붉고 진해지는 색. 그래서 노을은 떠남이 아니라 남김이다. 눈부시지 않아도 마음을 물들이는 잔잔한 온기. 누구의 하루도 노을처럼 끝난다면 좋겠다. 화려한 빛보다, 부드러운 작별로. 그렇게 노을은 끝이 아니라, 내일을 위한 다정한 이별이다.

■□

언덕 위, 두 사람은 해가 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달삼은 붉게 물든 서쪽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스승님, 해는 사라지는데… 왜 노을은 이렇게 아름다울까요?”

스승은 눈을 가늘게 뜨고 노을을 담듯 바라보며 말했다.

“노을은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빛나는 거야. 그래서 더 진하지. 사람도 떠나기 전에 오히려 많은 걸 남기기도 하지.”

달삼은 천천히 앉아 무릎을 감싸며 말했다.

“전엔 노을을 보면 왠지 슬펐어요. 끝나는 기분이어서.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따뜻하네요.”

“그건 네 마음이 자란 거야. 어릴 땐 끝이 두려웠지만, 지금은 끝에 깃든 따뜻함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거지.”

달삼은 노을 아래 흐르는 개울을 바라봤다.

빛은 흐르며 점점 더 붉어졌고, 물결 위엔 금빛이 번졌다.

“스승님, 사람의 삶도 이렇겠죠? 절정이 지나고 나면, 노을처럼 고요하게 빛나며 끝나는…”

“그게 가장 아름다운 퇴장이지. 눈부시진 않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사람. 말보다 온기로 남는 사람.”

달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누군가의 하루 끝에, 제가 그런 노을이 될 수 있을까요? 조용히 마음을 물들이는…”

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수 있지. 누군가에게는 말 없이 건넨 인사 하나, 함께 걷던 짧은 시간 하나가 그날의 노을이 되거든.”

노을은 점점 어두워졌고, 하늘은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달삼은 마지막 붉은 빛을 보며 말했다.

“스승님, 해는 졌는데… 어쩐지 아쉽지 않아요.”

“그건 너도 알게 된 거지. 아름다운 작별은 아쉬움보다 감사가 크다는 걸. 노을은 늘 그렇게, 사라지며 남는 거니까.”

노을은 끝이 아니라 남김이다.

달삼은 배웠다. 떠남도 따뜻할 수 있고, 사라짐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하루의 마지막에 퍼진 빛은, 지나간 시간들을 위로하듯 조용히 안아주었다.

그날, 달삼은 노을을 배웅하며 다짐했다.

자신도 누군가의 하루 끝에, 말없는 노을처럼 남을 수 있기를. 공유하기게시글 관리청람 김왕식 PostListinCategory - START ‘말의 온도와 삶의 결 > 스승과 제자의 대화 - 실체의 추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초승달(0)2025.04.13별(0)2025.04.13윤슬(0)2025.04.13보슬비(0)2025.04.13창문(0)2025.04.12 PostListinCategory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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