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달
그믐달 2025.04.14html그믐달 BEGIN STRUCTURED_DATA END STRUCTURED_DATA 그믐달
그믐달은 달이 사라진 듯한 밤에 존재한다. 하늘엔 달빛이 없고, 세상은 더욱 어둡지만, 그믐은 끝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달을 품고 있는 깊은 쉼이다. 그래서 그믐은 사라짐이 아니라 준비이며, 침묵이 아니라 탄생 전의 숨이다. 인생에도 그믐 같은 시기가 있다. 빛나지 않지만, 그저 견디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때. 그믐은 조용히, 다음 빛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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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하늘엔 별만 떠 있고, 달은 보이지 않았다.
달삼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스승님, 오늘은 달이 안 보여요. 아예 없는 밤 같아요.”
스승은 고개를 들어 별자리를 따라가듯 말했다.
“그믐이지. 달이 없는 밤. 아니, 보이지 않을 뿐, 사라진 건 아니야.”
달삼은 조용히 되묻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것… 마음 같네요. 가끔 저도 제 마음이 사라진 줄 알았어요. 아무 감정도 없고, 그냥 무기력했거든요.”
“그건 마음의 그믐이지. 다 비워져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음을 준비하는 깊은 밤이야. 쉬지 않고 있으면 달도 못 차오르거든.”
달삼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사람들은 달이 찰 때는 좋아하지만, 그믐은 무섭고 공허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믐은 빛이 없으니까. 그런데 생각해봐. 달은 계속 같은 달이야. 보이든 안 보이든. 그믐은 단지 숨고 있는 거지, 존재를 잃은 게 아니야.”
달삼은 눈을 감고 하늘을 그려보았다.
“스승님, 저는 요즘 그믐 같아요. 아무도 저를 보지 않는 것 같고, 제 안의 빛도 사라진 것 같고…”
스승은 조용히 달삼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믐이 있기에 초승이 오는 거야. 지금 너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쉬고 있는 중이야.”
달삼은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이 위로가 돼요. 지금 제가 어둠에 있다는 게 부끄럽지 않게 느껴져요.”
“어둠은 틀린 게 아니야. 그믐이 없었다면 달은 매번 지쳤을 거야. 침묵도 쉼도 결국 새로운 빛을 위한 준비니까.”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두 사람 사이엔 묘한 평온이 흘렀다.
그믐달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달삼은 배웠다. 사람의 마음도 언제나 빛나야 하는 것이 아니며, 때론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그믐은 끝이 아니라, 조용한 시작이었다.
그날 밤, 아무 달도 뜨지 않은 하늘 아래서 달삼은 느꼈다.
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살아 있는 것들이 있다고. 공유하기게시글 관리청람 김왕식 PostListinCategory - START ‘말의 온도와 삶의 결 > 스승과 제자의 대화 - 실체의 추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숨결(0)2025.04.14달무리(0)2025.04.14보름달(0)2025.04.13반달(0)2025.04.13초승달(0)2025.04.13 PostListinCategory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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