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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

보리밥 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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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은 꾸밈없는 음식이다. 윤기 없이 투박하고, 씹을수록 거칠지만 속은 든든하다. 화려한 반찬이 없어도, 따뜻한 된장 하나면 충분한 밥. 그래서 보리밥은 겉보다 속을 중요시하는 음식이다. 삶도 그렇다. 겉으로 화려하진 않아도, 안이 단단하면 오래 버틸 수 있다. 보리밥처럼 단단하고 소박한 하루, 그건 가난이 아니라 성실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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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무렵, 시골 식당에서 스승과 달삼은 커다란 양푼에 담긴 보리밥을 마주했다.

달삼은 수저를 들며 말했다.

“스승님, 이 밥은 씹을수록 입안이 메말라요. 쌀밥보다 훨씬 투박하고요.”

스승은 된장찌개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래서 된장이 함께 나오지. 보리밥은 혼자선 거칠지만, 곁이 있으면 훨씬 부드러워지거든.”

달삼은 나물 한 젓가락을 올려 다시 먹으며 말했다.

“먹을수록 든든하긴 해요. 겉으론 별맛 없어 보여도 속은 참 건강해지는 느낌이에요.”

“보리밥은 허기보다 속을 채워주는 음식이지. 겉보다 안을 채우는 밥, 그게 예전 사람들의 삶이기도 했지.”

잠시 먹던 손을 멈추고, 달삼은 스승을 바라보았다.

“요즘은 보기 좋고 맛 좋은 게 대세잖아요. 그런데 보리밥처럼 거칠고 투박한 건 점점 외면당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귀해지는 거야. 쉽게 삼켜지지 않지만, 오래 남는 맛. 삶도 그런 거다. 부드럽고 단맛만 찾다 보면, 위장은 편해도 마음은 허해져.”

달삼은 나물에 고추장을 풀며 말했다.

“스승님, 제 삶도 가끔은 거칠고 투박해 보여요. 남들처럼 반짝이진 않지만… 속은 비우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보리밥의 정신이지. 덜어내고, 참아내고, 씹으면서 살아가는 맛. 겉으로는 소박하지만, 속은 얼마나 단단한가를 말해주는 음식이야.”

양푼이 거의 비어갈 때쯤, 달삼은 조용히 말했다.

“보리밥을 다 먹고 나니 묘하게 배가 부르면서도 마음도 차분해지네요.”

“먹는 건 몸을 위한 일이지만, 보리밥은 마음까지 씹게 만드는 음식이지. 천천히, 제대로, 정직하게.”

보리밥은 말이 없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엔 꾸준함과 성실이 배어 있다.

달삼은 배웠다. 삶도 보리밥처럼, 겉으로 번지르르하지 않아도 묵묵히 하루를 채울 수 있다는 걸.

그날의 밥상은 단지 한 끼가 아니었다.

마음까지 든든하게 하는, 단단한 위로 한 그릇이었다. 공유하기게시글 관리청람 김왕식 PostListinCategory - START ‘말의 온도와 삶의 결 > 스승과 제자의 대화 - 실체의 추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시골이발소(0)2025.04.14누룽지(0)2025.04.14커피(2)2025.04.14숨결(0)2025.04.14달무리(0)2025.04.14 PostListinCategory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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