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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떡

빈대떡 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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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떡은 특별한 날만 먹던 음식이었다. 비 오는 날이면 더 자주 생각나는 그 고소한 맛. 콩을 갈고, 부추와 김치를 넣어 지글지글 부쳐지는 소리는 마치 마음을 굽는 소리 같았다. 바삭한 겉과 촉촉한 속, 기름 냄새에 묻어나는 어머니 손맛까지. 빈대떡은 단순한 부침이 아니라, 정과 기다림이 노릇노릇 익어가는 추억의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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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 스승과 달삼은 마을 어귀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섰다.

기름 냄새 가득한 공간에서, 빈대떡이 부쳐지는 소리가 정겹게 퍼지고 있었다.

달삼은 자리에 앉자마자 말했다.

“스승님, 이 냄새 참 오래된 기억 같아요. 어릴 적 외할머니 댁에서 비 오는 날 꼭 이걸 부쳐주셨어요.”

스승은 기름이 튀는 팬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시절엔 빈대떡이 귀했지. 명절이나 큰 장날 아니면 잘 못 먹었어. 그런데 막상 입에 넣으면, 맛보다 마음이 먼저 따뜻해졌지.”

달삼은 따끈한 빈대떡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

“겉은 바삭한데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워요. 그냥 밀가루 부침이 아닌 느낌이에요.”

“그건 정성의 차이야. 밀가루만으로는 이 맛 안 나지. 콩 갈고 부추 썰고, 김치 볶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일수록, 기억에도 오래 남는 법이야.”

달삼은 창밖으로 흐르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스승님, 빈대떡은 꼭 비 오는 날에 먹어야 더 맛있지 않나요?”

스승은 잔을 기울이며 미소 지었다.

“그건 우리가 빈대떡을 맛으로만 기억하지 않기 때문이지. 비 소리, 기름 소리, 젖은 신발, 젖은 마음… 그런 것들이 빈대떡 위에 함께 얹히는 거야.”

달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빈대떡 한 조각에, 지금 제 마음도 조금 부쳐졌으면 좋겠어요.”

스승은 조용히 말했다.

“지금처럼 천천히 익혀봐. 바짝 굽기보단, 안이 덜 익지 않게. 사람의 마음도 그래. 시간과 온기가 필요한 음식처럼, 삶도 기다림이 필요한 요리야.”

빈대떡은 소리로 먼저 익는다.

달삼은 배웠다. 단순한 음식 하나에도 시간과 정성이 배어 있고, 기억은 맛보다 마음에서 오래 남는다는 걸.

그날 비 오는 저녁, 두 사람은 따뜻한 빈대떡을 나누며 삶의 고소한 한 부분을 씹어 삼켰다.

노릇하게 익은 정이, 조용히 마음을 데우고 있었다. 공유하기게시글 관리청람 김왕식 PostListinCategory - START ‘말의 온도와 삶의 결 > 스승과 제자의 대화 - 실체의 추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5일장(2)2025.04.14종이비행기(0)2025.04.14막걸리(0)2025.04.14엿장수(0)2025.04.14시골이발소(0)2025.04.14 PostListinCategory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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