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감나무 2025.04.14html감나무 BEGIN STRUCTURED_DATA END STRUCTURED_DATA 감나무
감나무는 말이 없다. 봄엔 꽃을, 여름엔 그늘을, 가을엔 감을 내어주며 조용히 제 할 일을 한다. 제때 물들고, 제때 익어가는 그 품성은 사람보다 나무가 먼저 철을 안다는 걸 느끼게 한다. 감나무는 바람을 탓하지 않고 햇살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그저 기다림과 절제 속에서 가장 단단한 단맛을 키운다. 그래서 감은, 천천히 익을수록 더 깊고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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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 아래, 달삼은 오래된 감나무 아래 앉아 있었다.
주황빛 감들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달삼은 감 하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스승님, 감나무는 정말 신기해요. 조용히 서 있기만 하는데… 어느새 감이 이렇게 익었어요.”
스승은 가지를 손으로 가볍게 쓸며 말했다.
“말없이 다 내어주는 게 감나무지. 바라는 것도 없고, 꾸미는 것도 없이, 그저 철마다 할 일을 하는 나무.”
달삼은 떨어진 감 하나를 주워들었다.
“스승님, 이 감은 아직 덜 익었어요. 떫은맛이 확 올라오네요.”
“감은 시간이 필요하지. 억지로 단맛을 낼 수 없어. 자연스럽게 익혀야만 그 안에 숨어 있는 단맛이 나와.”
“사람도 그렇겠네요. 억지로 빨리 무르익으려고 하면… 오히려 떫은 맛만 남을 수 있다는 것.”
“맞아. 천천히 익는 마음이 진짜야. 세월이 빚은 단맛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니까.”
달삼은 감 하나를 조심스레 따며 말했다.
“스승님, 감나무는 주는 걸 아까워하지 않네요. 열매를 한두 개가 아니라, 온몸에 달고 있어요.”
“감나무는 나눔의 나무지. 자기를 위해 열매를 맺는 게 아니니까. 나눠 먹이고, 때론 새들의 몫이 되기도 하고. 그래도 꿋꿋이 내어주는 거야.”
달삼은 감을 반으로 쪼개 스승에게 내밀었다.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말 많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단맛을 남기는 사람으로.”
스승은 감을 받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마음이면 이미 감나무지. 말보다 열매로 말하는 사람, 그게 가장 아름다운 삶이야.”
가을바람이 불어와 감나무 가지가 살랑 흔들렸다.
주황빛 열매들 사이로, 햇살도 더 따뜻해지는 듯했다.
감나무는 기다림을 안다.
서두르지 않고, 덜 익은 것을 내놓지 않는다.
달삼은 배웠다. 삶은 말보다 실한 열매 하나로 더 깊게 다가올 수 있다는 걸.
그날 감나무 아래에서 그는 알았다.
자신도 누군가에게 떫지 않은 사람, 천천히 익어 단맛을 나누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을. 공유하기게시글 관리청람 김왕식 PostListinCategory - START ‘말의 온도와 삶의 결 > 스승과 제자의 대화 - 실체의 추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등잔불(0)2025.04.14검정고무신(4)2025.04.145일장(2)2025.04.14종이비행기(0)2025.04.14빈대떡(0)2025.04.14 PostListinCategory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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