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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참

새참 2025.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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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참은 하루의 한가운데, 일과 일 사이에 찾아오는 작은 축복이다.

고단한 몸을 내려놓고 둘러앉아, 김이 나는 밥 한 술, 고추 한 입, 장아찌 하나로 마음까지 데워진다.

새참은 요란하지 않지만 정겹고, 많지 않지만 충분하다.

새참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함께 땀 흘린 이들과의 조용한 기쁨이다.

그래서 새참은 ‘먹는 시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시간’이다.

■□

해가 중천에 오른 어느 날, 두 사람은 들판에서 일을 하다 새참 시간이 되었다.

어느새 밭둑 위에는 도시락 보자기와 깻잎 장아찌, 삶은 달걀, 보리밥, 그리고 된장국 한 그릇이 펼쳐졌다.

달삼은 흙 묻은 손을 씻고 나서 말했다.

“스승님, 별다른 반찬도 없는데… 왜 이렇게 맛있을까요?”

스승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떠먹으며 말했다.

“배가 고프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함께 흘린 땀 덕이지. 새참은 음식보다 마음이 먼저 차려지는 법이야.”

달삼은 깻잎에 밥을 싸서 한입 크게 넣으며 웃었다.

“예전에는 새참이 기다려져서 농사일을 견뎠던 것 같아요. 일보다 밥이 더 큰 목적이었죠.”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야. 삶이란 원래 먹고 쉬는 데에서 시작되는 거거든. 새참은 단순히 일하다 먹는 게 아니라, 일의 중심에 있는 휴식이야.”

한참 말없이 밥을 먹던 달삼이 조용히 말했다.

“스승님, 요즘 사람들은 이렇게 함께 앉아 먹는 일이 드물잖아요. 전엔 말없이도 정이 오가던 식사가 많았는데…”

“새참은 말로 정을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식사지. 밥을 나누는 행위 자체가 이미 마음의 교환이니까.”

달삼은 옆자리에 앉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인사하며 작은 컵에 막걸리를 따라드렸다.

“이렇게 둘러앉아 나눠먹는 시간이 더 귀해지네요. 잠깐인데도 마음이 느긋해져요.”

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로 그거야. 새참은 잠깐이지만, 그 사이에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고, 숨이 돌아오고, 삶이 다시 시작돼.”

“스승님, 꼭 밥이 아니어도… 누군가에게 새참 같은 존재가 되는 건 가능하겠죠?”

“가능하지. 말 한마디, 따뜻한 눈빛, 조용한 손길도 누군가에겐 삶 한가운데의 새참이 될 수 있어.”

새참은 밥이지만, 쉼이고 정이다.

달삼은 배웠다. 힘겨운 날들 사이에도 따뜻한 여백이 필요하며, 그 여백 하나가 사람을 다시 일어서게 만든다는 걸.

그날의 된장국 한 모금, 함께 웃던 그 웃음소리—그것은 그냥 식사가 아니라, 하루를 견디게 해주는 조용한 축복이었다.

모든 이의 인생에도 그런 새참 같은 시간이 꼭 필요하다. 공유하기게시글 관리청람 김왕식 PostListinCategory - START ‘말의 온도와 삶의 결 > 스승과 제자의 대화 - 실체의 추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멍석(0)2025.05.31논두렁(0)2025.05.31등잔불(0)2025.04.14검정고무신(4)2025.04.14감나무(0)2025.04.14 PostListinCategory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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