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
지게 2025.05.31html지게 BEGIN STRUCTURED_DATA END STRUCTURED_DATA 지게
지게는 어깨 위에 얹는 짐이다.
곡식도, 나무도, 때로는 가족의 생계까지도 그 위에 실렸다.
나무틀 하나에 짐을 고르고, 무게를 나누며 사람은 묵묵히 걸었다.
지게는 단순한 노동의 상징이 아니다.
그건 책임이고, 견딤이며, 나눔이다.
그래서 지게를 진다는 건 단순히 무거움을 떠안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등을 내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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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 초입, 스승과 달삼은 낡은 지게 하나를 마주했다.
달삼은 손으로 나무 틀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스승님, 이 지게는 참 조용한데도 묵직한 말이 들리는 것 같아요.”
스승은 무릎을 굽혀 지게를 들어보며 말했다.
“지게는 말이 없지. 하지만 가장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물건이기도 해. 저마다 다른 짐을 실었고, 그 무게만큼 살아낸 흔적이 있으니까.”
달삼은 지게를 지고 일어나보려다 멈췄다.
“생각보다 훨씬 무겁네요. 이걸 지고 산길을 오르내렸다는 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생을 옮긴 거네요.”
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게는 무거워서 좋은 거야. 그 무게만큼 진심이 실리고, 책임이 따르지. 가벼운 지게는 그냥 도구에 불과하지.”
달삼은 조용히 물었다.
“스승님, 사람도 지게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누군가의 삶을 함께 짊어지고, 대신 져줄 수 있는…”
“그게 진짜 어른이지. 말로 돕는 게 아니라, 등에 짐을 올려주는 사람. 지게는 말없이 등으로 말하는 도구거든.”
산길 아래 작은 밭에서 일하던 농부가 지게에 감자를 싣고 올라오고 있었다.
등은 구부정했지만, 걸음은 단단했다.
달삼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말했다.
“스승님, 저분은 고단해 보여도 이상하게… 아름다워요.”
스승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건 짐 때문이야. 누군가를 위해 짐을 지는 사람의 등은 늘 아름답지.”
달삼은 다시 지게 앞에 섰다.
“저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짐을 묵묵히 지고, 그렇게 걷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스승은 지게를 달삼의 어깨에 올려주며 말했다.
“그 마음이면 이미 시작된 거야. 짐이 무겁다고 다 괴로운 건 아니야. 사랑이 실리면 그건 다만 따뜻한 무게가 되지.”
지게는 등을 내어주는 삶이다.
달삼은 배웠다. 삶은 홀로 가볍게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무겁게 가는 것이라는 걸.
그날 산길 어귀에서 마주한 낡은 지게는 단순한 나무틀이 아니었다.
그건 한 사람의 인생, 책임, 그리고 사랑이 엮인 시간의 형상이었다.
달삼은 조용히 짐을 올리고 걸었다.
누군가를 위해 짐을 져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듯이. 공유하기게시글 관리청람 김왕식 PostListinCategory - START ‘말의 온도와 삶의 결 > 스승과 제자의 대화 - 실체의 추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에필로그_Epilogue(2)2025.05.31트랜지스터 라디오(1)2025.05.31멍석(0)2025.05.31논두렁(0)2025.05.31새참(2)2025.05.31 PostListinCategory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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