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의 향기 ㅡ 시인 백영호
백설의 향기 ㅡ 시인 백영호 2025.01.30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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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의 향기
시인 산양 백영호
흰 눈이 왔다 백설이 왔다 밤새 소복소복 쌓였다 천지 사방이 하얀 도화지
눈꽃은 향기 있을까 눈꽃의 향긴 무슨 색일까 뜨락으로 내려서 장갑 낀 두 손 모아 흰 눈 꽃 냄새 맡는다
순백의 담백이다 순정의 정결이다 순수의 순결이다
눈꽃 내님께 보내련다 살 깊은 곳으로 가 한 대접 푹 떠서 내 인정 두 숟갈 더해 녹지 않게 잘 싸서 당일 특송으로 보냈다 눈꽃 순백으로 한 해 살라고…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ㅡ 백영호 시인의 ‘백설의 향기’는 눈꽃을 통해 삶의 순수성과 정결함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시인은 눈을 단순한 자연현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삶의 본질을 성찰하는 매개로 삼는다. 이를 통해 그의 가치철학과 미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백영호 시인은 일관되게 순결성과 정결함을 삶의 본질적인 가치로 삼는다. 작품에서 “순백의 담백이다 / 순정의 정결이다 / 순수의 순결이다”라는 구절을 보면, 그는 눈의 흰색을 통해 인간이 지향해야 할 도덕적, 영적 순수함을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감상의 차원을 넘어, 인간 존재가 본래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되묻는 성찰로 이어진다. 눈은 더러움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을 맑게 정화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나아가, 마지막 연에서 “눈꽃 순백으로 한 해 살라고”라는 당부는 단순한 기원이 아니라, 인간의 삶도 눈꽃처럼 순수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실천적 메시지로 읽힌다. 즉, 시인은 삶에서 순결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냉소적인 시선을 배제하고, 오히려 그것이 가능하고 중요한 가치임을 강조한다.
백영호 시인의 미의식은 감각적 순수미와 정서적 서정미로 나뉜다. 감각적 순수미는 색채와 촉각의 이미지에서 온다. “천지 사방이 하얀 도화지”라는 표현은 눈이 단순한 사물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품은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도화지처럼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의 세계로 열린 공간으로서의 순백을 강조하는 것이다.
또한, “뜨락으로 내려서 / 장갑 낀 두 손 모아 / 흰 눈꽃 냄새 맡는다”에서 감각의 섬세한 포착이 드러난다. 눈꽃은 본래 향이 없지만, 시인은 그 향을 상상하고 느끼려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없는 것에서 있는 것을 찾는 태도’이다. 이는 곧 시인이 추구하는 미적 가치가 단순한 사실의 반영이 아니라, 감각적 경험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정서적 서정미는 사랑하는 이를 향한 따뜻한 감정에서 나온다. 마지막 연에서 “한 대접 푹 떠서 / 내 인정 두 숟갈 더해 / 녹지 않게 잘 싸서 / 당일 특송으로 보냈다”라는 표현은 정서적 교감을 극대화한다. 눈이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시인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 되는 순간이다. 이 장면은 단순한 눈꽃의 묘사를 넘어, 인간 사이의 따뜻한 인정과 사랑을 시각화하는 장치가 된다.
백영호 시인은 ‘백설의 향기’에서 눈이라는 자연 요소를 통해 삶의 가치철학을 드러내고, 이를 미적 감각과 결합하여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의 시는 단순히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삶과 시가 일치하는 태도를 견지한다.
이 시에서 눈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인간이 본받아야 할 존재의 본질로 기능한다. 시인은 자연을 통해 삶을 반추하고, 거기서 깨달음을 얻어 실천으로 연결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 점에서 그의 미의식은 자연과 인간이 분리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전통적 동양 사유와 맞닿아 있다.
요컨대, 산양 시인의 ‘백설의 향기’는 단순한 겨울 풍경시가 아니라, 자연의 순백함 속에서 인간이 지향해야 할 삶의 태도를 사색하는 작품이다. 백영호 시인은 삶을 시로 승화시키고, 시를 통해 다시 삶을 비춰보는 순환의 미학을 완성해 낸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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