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이육사, 그는 왜 하필 청포도인가?

이육사, 그는 왜 하필 청포도인가? 2026.03.04
이육사, 그는 왜 하필 청포도인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육사, 그는 왜 하필 청포도인가

시詩를 한 알 씹어본 적 있는가

껍질을 깨물면 혀끝에 먼저 오는 것은 단맛이 아니다

푸른 떨림이다

어느 시인은 그 푸른 떨림을 입안에 오래 굴리고 있었다

이원록

사람들은 묻는다 왜 하필 포도도 많고 과일도 많은 세상에서 청포도였을까

그는 알고 있었다

잘 익은 과일은 현재의 맛이지만 덜 익은 열매는 미래의 맛이라는 것을

청포도는 단맛의 과일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을 미리 씹는 방법이었다

혀끝이 시릴수록 여름은 가까워지고 입안이 푸르게 젖을수록 세상은 조금 더 익어 간다

그래서였을까

그 시인은 총 대신 청포도 한 송이를 들고

아직 오지 않은 나라를 천천히 씹고 있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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