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민 박철언 시인의「5월 찬미」를 읽고 ㅡ청람
청민 박철언 시인의「5월 찬미」를 읽고 ㅡ청람 2026.04.30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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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찬미
시인 청민 박철언
연둣빛 이파리가 초록 가지로 바뀌고 푸르름이 더해지는 5월 이팝나무 산딸나무 병꽃나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하는 5월
감미로운 바람 구김살 없는 햇살 미소 짓는 들판은 젊음과 용기와 기쁨을 준다
우리들의 꿈이 당신과의 사랑이 이루어질 것 같은 왠지 좋은 느낌이 드는 5월에는
삶의 환희를 노래하자 살아있는 날들을 찬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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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에서 환희로, 삶을 살아온 사람의 5월 — 청민 박철언 시인의「5월 찬미」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오랜 시간을 살아온 사람의 시는 다르다. 그것은 설명으로 다가오지 않고, 결로 남는다. 시「5월 찬미」는 계절을 노래하는 시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 인간이 지나온 시간의 밀도가 고요하게 스며 있다.
연둣빛 이파리가 초록으로 짙어지는 장면에서 시는 시작된다. 자연의 변화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풍경이지만, 이 시에서는 단순한 묘사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시간의 축적이며, 생의 지속에 대한 조용한 긍정이다. 이팝나무와 산딸나무, 병꽃나무, 그리고 붉은 장미까지 이어지는 이미지들은 과장되지 않은 색채로 배열되며, 한 폭의 수채화처럼 맑게 펼쳐진다.
이 시의 특징은 ‘힘을 빼는 데서 오는 힘’이다. 감미로운 바람, 구김살 없는 햇살, 미소 짓는 들판. 이 단어들은 새롭지 않다. 이 낯익은 언어들이 낡아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외부의 풍경이 아니라 내면의 상태로부터 길어 올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는 설명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읽힌다.
특히 “우리들의 꿈이 / 당신과의 사랑이 / 이루어질 것 같은”이라는 구절은 단순한 희망의 진술을 넘어선다. 그것은 결과를 확정하지 않으면서도 삶을 긍정하는 태도다. 기대를 과장하지 않고, 가능성을 닫지 않는 균형. 그 절제된 낙관이 시 전체의 톤을 결정한다.
이 시를 읽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시인의 삶을 떠올리게 된다. 한평생 공직자와 법조인으로서 살아온 시간, 역사의 치열한 현장에서 겪어야 했던 수많은 桎梏들. 그러나 그 모든 경험은 이 시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철저히 내면화되어, 가장 단순한 언어로 환원되어 있다.
그 결과 이 시는 역설적인 깊이를 얻는다. 복잡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 가장 단순한 언어로 기쁨을 말할 수 있을 때, 그 언어는 가벼워지지 않는다. 외려 더 단단해진다. 동심으로 돌아간 듯 보이지만, 그것은 무지의 상태가 아니라 통과의 결과다. 모든 것을 지나온 뒤에 도달한 맑음이다.
“삶의 환희를 노래하자 / 살아있는 날들을 찬미하자”라는 마지막 구절은 선언처럼 들리지만, 결코 높지 않다. 그것은 외치는 목소리가 아니라, 오래 견딘 사람이 안온히 건네는 권유에 가깝다. 하여, 더 설득력을 지닌다.
시「5월 찬미」는 단순한 계절시가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살아온 시간의 결이, 순수와 환희라는 형태로 다시 피어난 결과다. 치열했던 과거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그 깊이를 품고 있는 시, 삶을 통과한 언어가 도달할 수 있는 한 지점을 보여준다.
이 시는 슬며시 다가와 소색인다. “환희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낸 사람에게 허락되는 것이라고.”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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