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 시인의 《착각》을 읽다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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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 각
시인 전 민
신부님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하루에도 여러 번씩 거울을 보고 또 보면서 저의 미모에 자만하며 우쭐했습니다 제 교만한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어떤 중년 부인이 고해성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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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죄가 아니고 착각일 뿐이지요 혹간 착각을 죄로 착각하는 분도 있지요 자매님은 걱정 안 하셔도 되겠네요 부인의 고해성사를 경청한 신부님은 칸막이 커튼을 조금 들어 올려 그녀를 훔쳐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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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인간의 허영을 비추는 가장 맑은 거울 ― 전민 시인의 《착각》을 읽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시는 때로 거대한 비극보다 작은 농담 하나로 인간의 본질을 드러낸다. 전민 시인의 《착각》은 바로 그런 작품이다.
짧은 이야기 하나를 빌려 인간의 허영과 자기 인식을 해학으로 비추어 내는 수작秀作이다. 읽는 순간 미소가 번지고, 다 읽고 나면 그 웃음이 어느새 자신의 얼굴을 향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작품은 고해성사告解聖事라는 엄숙한 공간에서 시작된다. 한 중년 부인은 거울을 보며 자신의 미모를 자랑스럽게 여긴 일을 죄라고 고백한다. 종교적 분위기와 인간의 허영이 맞닿는 순간 독자는 이미 긴장과 웃음 사이에 서게 된다. 그 긴장을 푸는 것은 신부의 한마디다.
“생각은 죄가 아니고 착각일 뿐이지요.”
이 한 줄은 작품 전체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죄와 착각의 위치를 절묘하게 뒤바꾸며 웃음을 폭발시킨다.
마지막에 신부가 커튼을 살짝 들어 여인을 확인하는 장면은 해학의 절정을 이룬다. 시인은 설명하지 않는다. 그 작은 몸짓 하나가 모든 해설을 대신한다. 독자는 그 틈새에서 가장 큰 웃음을 발견한다.
전민 시의 미덕은 과장하지 않는 데 있다. 익살은 있지만 조롱은 없다. 풍자는 있지만 상처를 남기지 않는다. 사람을 비웃기보다 인간 모두가 품고 사는 작은 허영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그 웃음에는 연민이 있고, 연민 속에는 삶을 바라보는 깊은 지혜가 숨어 있다.
이 작품의 또 하나의 성취는 ‘착각’이라는 단어의 철학적 확장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착각을 품고 살아간다.
젊다고 믿는 착각, 많이 안다고 믿는 착각, 옳다고 믿는 착각, 사랑받고 있다고 믿는 착각. 삶은 어쩌면 수많은 착각이 이어 붙인 긴 복도인지도 모른다.
전민 시인은 그 복도 끝에 웃음 하나를 걸어 둔다. 독자는 웃으며 지나가지만, 그 웃음은 오래도록 마음속에서 메아리친다.
이 시는 짧다. 짧은 만큼 여백이 넓다. 그 여백 속에서 독자는 자신의 얼굴을 거울처럼 마주하게 된다. 가장 좋은 풍자는 타인을 향한 화살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미소라는 사실을 이 작품은 보여 준다.
전민 시인은 오랜 세월 한국 시단을 지켜온 원로답게 삶의 무게를 가벼운 언어로 감당하는 법을 안다. 시《착각》은 유머를 빌려 인간을 이해하게 하고, 해학을 통하여 삶을 더욱 너그럽게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다. 웃음은 순간이지만, 그 웃음이 남기는 사유는 오래간다. 그것이 이 시가 지닌 가장 큰 문학적 품격이며, 시인 전민 시 세계가 오랜 시간 독자의 사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