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안최호 시인의 '장심리'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을 평하다

안최호 시인의 '장심리'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을 평하다 2024.09.29

장심리長深里

시인 안최호

나는 오늘도 소리봉에 넘어가는

석양빛 걸어 놓고

함성을 지르며

지난 세월 흔적을

그리워하며

속 시원하게

불러본다

그 춥고 배고팠던 시절

무엇으로 배 채우고

동네어귀 성황당

그늘 아래

쭈그리고 앉아

사발에 담긴

밥 한 그릇에

근심 걱정 사라지네

꿈에 부풀어 있던

나는 펴놓은

멍석 끝자락 저편에서

꿈을 꾼다

집안 살림도 넉넉지

않고

부지런을 떨어도

쌀독은 비워 있네

고요한 산속에서

친구들이 그립다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열매는 달려도

내 인생의 기억은 보이지 않고

세월을 회상하며

나의 새로운 삶 속에서

무거운 내 몸뚱이만큼이나 달릴까

또 한해 기다려 보세

석양빛 가을에 달린

대봉감에

향기가 묻어나고

자연에서 숨을 쉬네

푸르고 맑은 강물처럼

하염없이 흐르는

京安川

아 옛날이여

다시 오라

그 시절이 그립다

우리 노래 가락으로

좋을씨고 우정으로

만난 친구

의리 있고 믿음 있고

정직한 봉근이가 좋을씨고

성스러운 믿음으로

글을 쓰는 왕식이도

좋을씨고

친구들과 함께하며

문학 사랑 자연 사랑

長深里 산자락에

안최호가 서 있으니

싱그러운 장심리가

새롭게 떠오르네

가을향기 그윽한

향기로운 친구들과

함께하는

長深里 맑은 하늘

바람 따라 구름 따라

가족을 위해

인생人生을 살아온

친구들이여

넓은 고을 광주廣州

소리봉이 듣고 있네

함성 한 번 질러보세

나는 자연인이다

장심리에서

새벽을 깨우는 남자 안최호

문학 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 시는 안최호 시인의 삶과 경험이 깃든 회고적 서사이다. 작가는 어려웠던 시대를 지나 온 개인적 삶의 궤적을 자연과 연결시키며, 그 안에 담긴 진실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시의 행간에는 자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이 드러나며, 각 행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하나의 단단한 매듭으로 이어진다. 작가의 삶과 이 시의 유기적인 연관성은 독자로 하여금 작가의 감정을 공감하고, 그의 철학적 가치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는다.

첫 연은 석양빛을 묘사하며 하루의 끝을 맞이하는 정서적 분위기를 조성한다. “나는 오늘도 소리봉에 넘어가는 석양빛 걸어 놓고 함성을 지르며”라는 구절에서 석양의 이미지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지나온 세월에 대한 회상을 이끌어내며, 함성은 자신의 내면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를 상징한다. 이는 자연을 마주하는 주체의 의식적 행위로, 작가의 삶에 대한 애착과 미련이 동시에 묻어난다.

“지난 세월 흔적을 그리워하며 속 시원하게 불러 본다”에서는 지난 시간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드러난다. 한이 쌓이고 쌓여왔던 삶의 굴곡 속에서, 소리를 질러봄으로써 그 무게를 떨쳐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표현되어 있다. 이는 아련한 회상과 현재의 삶 속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희망을 모두 담고 있다.

“그 춥고 배고팠던 시절 무엇으로 배 채우고 동네어귀 성황당 그늘 아래”에서는 당시의 어려운 시절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배고픔과 추위를 견뎌내야 했던 삶의 고통이 담겨 있으며, “성황당”은 힘든 시절의 작은 위로처, 쉼터와도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쭈그리고 앉아 사발에 담긴 밥 한 그릇에 근심걱정 사라지네”라는 표현은 소박한 일상에서 느끼는 위안을 보여준다. 사발에 담긴 밥 한 그릇은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삶의 근심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위로이자 안식처이다.

이어지는 연에서는 “꿈에 부풀어 있던 나는 펴놓은 멍석 끝자락 저편에서 꿈을 꾼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꿈은 과거에 품었던 이상이나 소망을 의미하며, 현실의 팍팍함과는 반대로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는 열망을 암시한다. 그러나 “집안 살림도 넉넉지 않고 부지런을 떨어도 쌀독은 비워 있네”는 현실의 고단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꿈을 꾸지만, 그 꿈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의 벽과 대비되며, 이는 당시 많은 이들이 겪었던 삶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고요한 산속에서 친구들이 그립다”는 구절은 고독과 외로움이 짙게 배어 있다. 자연 속에서 홀로 있는 상황이 주는 쓸쓸함과 더불어, 그 속에서 인간적 교감과 정을 그리워하는 작가의 마음이 드러난다.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열매는 달려도 내 인생의 기억은 보이지 않고”는 자연의 순환과 대비되는 인생의 덧없음, 기억의 아스라함을 의미한다. 이는 인생의 회환과 그리움, 그리고 자연 속에서 찾는 인간적 감정의 어우러짐을 시적으로 드러낸다.

“세윌을 회상하며 나의 새로운 삶 속에서 무거운 내 몸뚱아리만 큼이나 달릴까 또 한해 기다려 보세”는 미래를 향한 기대와 희망을 담고 있다. 과거의 기억을 되돌아보면서도,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겠다는 다짐이 표현된다. 이는 안최호 시인의 긍정적인 삶의 태도와 의지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후 “석양빛 가을에 달린 대봉감에 향기가 묻어나고 자연에서 숨을 쉬네”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표현한다. 가을의 석양과 감의 향기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상징하며, 작가는 자연의 순리와 조화 속에서 살아가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푸르고 맑은 강물처럼 하염없이 흐르는 京安川”은 인생의 흐름을 강물에 비유하며, 그 강물처럼 삶이 유유히 흘러가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는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친구들과의 우정과 추억을 노래한다. “좋을씨고 우정으로 만난 친구”와 같은 표현은 작가에게 있어 우정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의리 있고 믿음 있고 정직한 봉근이”, “성스러운 믿음으로 글을 쓰는 왕식이” 등의 묘사는 작가의 친구들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이 드러난다. 이처럼 친구들과 함께하는 삶, 자연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작가는 문학과 인간애를 사랑하고 있다.

시의 마지막 연에서는 “나는 자연인이다 장심리에서 새벽을 깨우는 남자 안최호”라는 선언이 있다. 이는 자연 속에서 삶을 살아가며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작가 자신을 드러낸다. 새벽을 깨우는 남자라는 표현은 작가의 생동감 넘치는 삶의 에너지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잘 나타낸다.

안최호 시인은 자연과 삶을 연결시키며, 그 안에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찾는다. 석양과 강물, 그리고 가을의 향기 같은 자연적 이미지는 그의 시에 풍부한 감수성을 부여하며, 삶의 여정 속에서 얻은 경험과 철학이 시의 근간을 이룬다. 시의 각 행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의 삶과 자연의 흐름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이는 자연 속에서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찾고자 하는 작가의 열망을 상징한다.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삶의 어려움을 견뎌내고, 그 안에서 우정을 찾으며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작가의 긍정적이고 강인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요컨대, 이 시는 안최호 시인의 삶과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긴 작품으로, 서정적인 이미지와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표현을 통해 독자들에게 삶의 진실한 모습을 제공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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