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최호 작가의 '청람루에서 막걸리 한 잔'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안최호 작가의 '청람루에서 막걸리 한 잔'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2024.12.12■
청람루에서 막걸리 한 잔
안최호
재래시장, 시골 장터의 대포집
그을린 석가래 사이엔
거미줄이 춤을 추고,
찌그러진 주전자와 누런 양재기가
희미한 불빛 아래 서성인다.
안주 없는 술상 위,
소금 대접 곁에 삶은 계란 두 알,
젓가락 장단에 흥을 돋우며
각설이 타령으로 술상 두드리던 그 시절,
막걸리 한 잔에 웃고 울던 날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고단했던 삶의 틈새마다
막걸리 한 잔으로 풀었던 서러움,
언제였던가, 그 시절의 노래가
가슴속에 퍼지던 날들이.
변화는 빠르고, 세월은 더 빠르다.
흘러간 시간 속에서,
이 마음을 누가 헤아릴까.
벽에 비친 내 모습은
주름진 얼굴과 흰머리뿐,
눈 깜짝할 사이 황혼의 길목에 서 있는
내 모습이 낯설다.
민속시장을 찾아
옛 추억을 불러보지만,
초라한 모습 앞에
세월을 한탄해 무엇하리.
지나온 시간보다
짧게 남은 이 황혼,
청람루에서 막걸리 한 잔 들며
외쳐보리라.
청람루야, 청람루야!
■
문학펑론가 청람 김왕식
안최호의 시 ‘청람루에서 막걸리 한 잔’은 전통과 변화 속에서 인간 삶의 쓸쓸함과 그 안에 깃든 위로를 탐구한 작품이다. 재래시장과 막걸리 한 잔이라는 소재를 통해 과거의 따스한 순간들과 변화해가는 세상 속에서 느끼는 고독을 담백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한다.
시의 초반부는 재래시장과 시골 장터의 대포집이라는 구체적이고도 생생한 묘사를 통해 독자를 과거로 소환한다. “거미줄이 춤을 추고, 찌그러진 주전자와 누런 양재기”라는 표현은 낡고 초라한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나누었던 따뜻한 정과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단순한 공간 묘사를 넘어,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함께 담아내고 있다.
중반부는 “막걸리 한 잔에 웃고 울던 날들”이라는 회상을 통해 과거의 즐거움과 고단했던 삶 속에서의 위로를 노래한다. 막걸리라는 소재는 단순한 술이 아닌, 고된 삶의 틈새를 채우던 서민들의 동반자로 상징화된다. 이러한 상징성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투영하게 하며, 보편적인 공감을 자아낸다.
후반부는 변화와 세월 속에서 느끼는 쓸쓸함과 허무함을 담고 있다. 특히, “벽에 비친 내 모습은 / 주름진 얼굴과 흰머리뿐”이라는 구절은 노년의 자기 성찰을 진솔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에서 “청람루야, 청람루야!”라고 외치는 장면은 단순한 탄식이 아니라, 삶을 긍정하며 남은 황혼을 꿋꿋이 살아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는 작품의 철학적 깊이를 더하는 동시에, 작가의 삶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향수에 그치지 않는다. 막걸리 한 잔이라는 상징을 통해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희망과 위안을 찾아내려는 인간 본연의 정서를 드러낸다. 더불어, 시간의 흐름에 대한 성찰과 그 안에서의 인간적 고뇌를 노래하며, 지나간 시간의 아름다움과 남은 시간의 가치를 동시에 환기시킨다. 작가의 섬세한 언어와 구체적 묘사는 시의 미적 완성도를 한층 높인다.
다만, 후반부에서 다소 중복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구절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변화는 빠르고, 세월은 더 빠르다”와 “지나온 시간보다 짧게 남은 이 황혼”은 비슷한 의미를 반복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 부분을 축약하거나 표현을 변주한다면 작품의 흐름이 더욱 간결하면서도 깊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변화는 빠르다. 그러나 세월의 바람은 더 빠르게 등을 밀고 간다.”
이렇게 수정한다면 독자에게 보다 새로운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서 “청람루야, 청람루야!”라는 외침이 감정적으로 강렬한 반면, 그 의미가 약간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독자가 작가의 의도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청람루가 가진 의미(삶의 쉼터, 희망, 혹은 작가의 내적 소통의 장소)에 대한 암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추가한다면 메시지가 더욱 강하게 전달될 것이다.
안최호의 ‘청람루에서 막걸리 한 잔’은 서정적이고 철학적인 동시에, 독자의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작품이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자신의 독특한 정서와 미감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약간의 중복 표현과 의미 전달의 강화가 이루어진다면 이 작품은 더 넓은 독자층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삶의 고단함 속에서 위안을 찾아내고, 변화 속에서도 삶을 긍정하는 작가의 철학은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과 교훈을 전해준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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