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노태숙 시인의 '시의 불꽃 다시 피워나게 하소서'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노태숙 시인의 '시의 불꽃 다시 피워나게 하소서'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2024.12.26

시의 불꽃 다시 피워나게 하소서

시인 노태숙

오랫동안 떠난 시 세계

다시 불러 일으키시고

등잔불 같이 남은 기력에 새힘 불어주사

그 심지 꺼지지 않게 하시고

그 앞에 님의 입김 고스란히

제 심장 불태우소서

차고 남은 잿더미 님에게로 연기되게 하소서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노태숙 시인의 메모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시인의 삶과 철학,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미의식을 엿볼 수 있는 짧은 문학적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이 메모는 시인이 오랫동안 멀어졌던 시 세계로 다시 돌아오고자 하는 열망과, 창작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간절함을 드러내고 있다.

첫 문장에서 드러나는 “오랫동안 떠난 시 세계”는 시인의 창작 노정에서 겪었던 공백의 시간과 이를 다시 불러일으키려는 의지를 상징한다.

이는 시가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시인의 삶 그 자체로 깊이 뿌리내린 존재임을 시사한다. 여기에는 시 세계로 돌아가고자 하는 시인의 결연한 다짐과 회복의 열망이 담겨 있다.

“등잔불 같이 남은 기력에 새힘 불어주사”라는 구절은 시인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깨닫고 이를 초월하고자 하는 기도가 담겨 있다.

등잔불이라는 은유는 시인의 현재 상태를 상징하며, 심지가 꺼지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시인의 예술적 열정과 창작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 앞에 님의 입김 고스란히 제 심장 불태우소서”라는 문구에서 “님”은 초월적 존재이자 창작의 원천으로 해석된다. 이는 시인이 창작의 동력을 외부적 힘, 혹은 신적인 영역에서 찾고 있음을 암시한다. 시인의 창작은 단순한 개인적 작업을 넘어, 신성한 영감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짐을 나타낸다.

마지막 구절에서 “차고 남은 잿더미 님에게로 연기되게 하소서”라는 기도는 시인의 삶과 예술이 결국 더 높은 곳으로 승화되기를 바라는 바람을 담고 있다. 이는 창작의 결과가 단순히 개인적 성취에 머무르지 않고, 신성한 의지에 닿기를 염원하는 겸허한 태도와 연결된다.

노태숙 시인의 메모는 창작을 향한 강렬한 열망과 동시에 인간적 한계 속에서 이를 초월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러한 미의식은 시인이 삶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를 반영하며, 창작의 고통과 기쁨이 교차하는 경계를 보여준다.

시인은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불태우며, 그 잔재마저 예술적 승화로 남기고자 한다. 이 메모는 단순한 기도가 아니라, 창작과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진솔한 고백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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