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엽 박경숙 시인의 '님이 오시는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소엽 박경숙 시인의 '님이 오시는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2025.03.28■
님이 오시는지
소엽 박경숙
밤새 붉어진 가슴
산당화 송이송이로
피어나네
■
문학평론가 청람 기량 김왕식
ㅡ
박경숙 시인의 ‘님이 오시는지’는
일본 *하이쿠를 연상케 한다.
단 세 줄, 열아홉 자에 불과하지만 그 여백과 함축 속에 시인의 내면과 미의식, 삶의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밤새 붉어진 가슴’은 기다림의 정서를 정제된 언어로 풀어낸 구절이다. 밤새 가슴이 붉어졌다는 표현에는 정념이 있지만, 그것은 격정이 아니라 고요히 번지는 붉은빛처럼 절제된 정서다. 이어지는 ‘산당화 송이송이로’는 그 붉어진 감정이 꽃으로 화한 순간을 상징한다. 산당화는 겸손하면서도 고결한 느낌을 주는 꽃으로, 시인의 마음이 욕망이나 소유가 아닌 순결한 환대로 향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마지막 구절 ‘피어나네’는 감탄이 아닌, 사실의 기술처럼 느껴진다. 기다림의 시간이 흐르고, 이윽고 님이 오시는 그 순간, 이미 마음속엔 꽃이 피었다는 담담한 깨달음이 배어 있다.
시인의 미의식은 이러한 절제와 정갈함에 있다. 붉은 감정을 폭발시키는 대신, 꽃으로 피워내는 그녀의 표현은 동양적 심미관, 특히 불교적 선시의 미학과 맞닿아 있다. 감정을 정화시켜 고요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박경숙 시인의 시적 태도다.
이 시는 청람 문학회 회원들을 맞이하는 마음을 담은 환영의 시다. 그러나 ‘님’은 단지 손님이 아니라, 시인의 존재를 향해 다가오는 모든 인연과 생명, 그 숭고한 접속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짧은 시는 한 송이 산당화처럼 소박하지만, 삶 전체를 관통하는 환대의 철학을 담고 있다.
박경숙 시인의 삶은 시와 같다. 군더더기 없고, 단아하며, 진심 어린 기다림으로 채워져 있다. 그녀는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힘, 가만히 있어도 피어나는 존재의 향기를 믿는다. 이 시는 그런 그녀의 삶 자체이며, 시와 삶의 경계가 없는 시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시적 증명이다.
□
- 하이쿠는 일반적으로 총 17음절로 된 3행으로 구성된 일본 시 형식이다.
첫 번째 줄에는 5음절이 있고,
두 번째 줄에는 7음절이 있으며,
세 번째 줄에는 5음절이 있다.
하이쿠는 전통적으로 자연에 중점을 두며 종종 계절 단어(kigo)를 포함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ㅡ 청람 기량 김왕식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