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가시와 꽃잎 사이의 침묵 ― 주광일 시인의 「장미꽃」을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가시와 꽃잎 사이의 침묵 2025.06.12
가시와 꽃잎 사이의 침묵

□ 주광일 시인

장미꽃

시인 주광일

무슨 까닭이었는지, 단 한 번도 내가 마음 편하게 다가설 수 없었던 젊은 날의 내 사랑이여.

그대는 절정에 다다른 열정을 새빨간 꽃으로 피워냈으나, 어쩐 일인지 나는 그대가 두려웠었다.

그 까닭을 아직도 나는 모른다. 다만 그대가 나에게는 분에 넘치도록 완벽했었음을, 나는 알았었다.

비록 가시가 있긴 하지만, 그대의 완벽을 그대는 끝끝내 지켜낼 것임을, 젊은 날의 나는, 그대를 처음 본 순간, 직감적으로 알았던 것이다.

주광일 시인

1943년 인천광역시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와 1965년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1965년 제5회 사법시험 합격하였다. 1979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2006년에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을 수료하였다.

검사로 있으면서 면도날이라고 불릴 만큼 일처리가 매섭고 깔끔하며 잔일까지도 직접 챙겨 부하검사들이 부담스러워했다. 10.26 사건 직후 합동수사본부에 파견돼 김재규 수사를 맡았으나 “개혁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원대복귀되기도 했다.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있을 때 자신이 직접 언론 브리핑을 했던 인천 북구청 세금 횡령 사건, 인천지방법원 집달관 비리 사건 등 대형 사건을 처리했다.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차장검사로 있던 1989년 9월 18일부터 나흘간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지역법률가회의에 참석하여 ‘한국경제 발전 과정에 있어서의 외자도입법의 역할’이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대전고등검찰청 차장검사로 있던 1992년 8월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다닐 때 써두었던 사랑을 주제로 한 시 60편을 묶은 《저녁노을 속의 종소리》(도서출판 빛남)라는 시집을 출판했다.

가시와 꽃잎 사이의 침묵

― 주광일 시인의 「장미꽃」을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주광일 시인의 시는 대체로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구성 안에 진솔한 인간 경험을 응축해 담는다. 그는 군더더기 없는 언어를 통해 삶의 심연을 정직하게 비춘다.

이번 시 「장미꽃」 또한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산문적 질감이 더해지며, 법조인으로서 단련된 언어감각과 함께 한 인간으로서의 따뜻한 내면이 함께 드러나는 시편이다.

시의 첫 행, “무슨 까닭이었는지, 단 한번도 내가 마음 편하게 다가설 수 없었던 젊은 날의 내 사랑이여.”는 이미 독자를 회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사랑이라는 이름 앞에서조차 ‘마음 편하게’ 다가서지 못했던 한 인간의 내면을 절절하게 그려내는 이 문장은, 사실 모든 첫사랑이 갖는 불완전한 기미를 담고 있다.

사랑의 대상을 ‘편안하게’ 마주하지 못하는 불안감, 그것은 외려 사랑의 진실성을 반증한다.

이 시의 핵심 감정은 다음 행에서 보다 뚜렷해진다. “그대는 절정에 다다른 열정을 새빨간 꽃으로 피워냈으나, 어쩐 일인지 나는 그대가 두려웠었다.” 장미의 붉은 꽃은 열정의 상징이다. 하지만 시인은 그 열정 앞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이는 사랑이 갖는 양면성, 즉 끌림과 동시에 생기는 거부감, 동경과 회피가 교차하는 복합 감정의 절묘한 묘사라 할 수 있다. 사랑은 찬란하지만, 그 찬란함은 때로 한 인간의 불완전한 내면을 스스로 들여다보게 하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세 번째 연의 문장 “다만 그대가 나에게는 분에 넘치도록 완벽했었음을, 나는 알았었다.”는 시 전체의 정조를 감싼다. 완벽한 존재 앞에서 느끼는 나의 작음, 혹은 불안. 여기서 ‘분에 넘치도록’이라는 표현은 자기 비하가 아니라, 도달할 수 없는 대상 앞에서의 경외심에 가깝다.

이 절제된 고백은 단순한 연애시가 아니라 인간관계 전반에서의 거리감을 은유하는 보편적 통찰로 확장된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비록 가시가 있긴 하지만, 그대의 완벽을 그대는 끝끝내 지켜낼 것임을…”이라 말한다. 장미의 아름다움은 가시와 함께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이는 시인이 인식한 완벽의 조건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이란 상처를 감내하는 힘이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하다는 묵시적 진단이 담겨 있다. 시적 화자는 젊은 날에 그 완벽함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한다. 이는 감정의 논리를 넘어서 직관과 감성의 차원으로 시를 끌어올리는 문장이다.

주광일 시인의 작품은 언제나 고요한 품격을 지닌다. 시인이 법조인으로서 살아온 곧은 삶, 정의와 윤리를 근간으로 한 삶은 언어의 결에도 묻어난다.

이 시의 산문적 구성은 외려 독자의 마음을 더욱 가깝게 당기며, 시인의 속마음을 보다 투명하게 드러낸다.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언어와 삶의 온기를 담은 감정의 터치, 그것이 이 시의 진가다.

그는 진실된 언어로 사랑을 노래하되, 그 사랑의 고백은 낭만보다 절제 속에 있다. 그것이 주광일 시인이 쌓아온 삶의 내력이며, 시가 도달한 깊이이다.

요컨대, 이 시는 한 송이 장미를 통해, ‘두려운 만큼 아름다웠던’ 존재를 기억하는 한 사람의 고요한 경의이다. 이처럼 한 편의 시가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환하게 비추는 순간, 우리는 그 시인의 삶을 통해 삶 자체를 존중하게 된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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